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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ID4를 처음 데려온 날로부터 벌써 9개월이 지났다 (그때 올린 글). 그동안 우리 가족은 이 차를 잘 타오다가 어제 문득 오도미터를 보니 1만 km가 조금 넘어있었다. 사실 출고 이후로 이 차에 대해 '인터넷적' 관심을 끄고 살았는데 포스팅에 앞서 검색해보니 풍문으로 들은 것보다 더 난리가 났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세간의 이야기 말고, 우리 가족이 전기차를 타면서 직접 느낀 점을 적어본다.
 

 
주행거리 - 전기차를 사기 전에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 내연기관차는 연비가 어떻더라도 주유소만 가면 기름을 넣고 달릴 수 있지만 전기차는 상황이 다르다. 10~11월 초까지는 완충하고 530km 정도 주행할 수 있었다. 10월에는 성남에서 충남 공주까지 고속도로로 왕복하는데 약 50%의 배터리를 소모하기도 했다. 
 
이후 눈이 내리고 히터를 사용하는 계절이 되자 주행거리가 400km로 떨어졌다. 전기차는 확실히 겨울에 약하다고 생각한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의 열로 걱정 없이 히터를 돌릴 수 있는데, 전기차는 그렇게 발생하는 열이 거의 없어서 배터리의 전력을 이용해 열을 내야 한다. 즉, 대단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운행 시점을 알면 타이머로 미리 공조장치를 켤 수 있지만, 이 또한 시간표대로 흐르지는 않는 일상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핸드폰으로 그것들을 작동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에 출시된 ID4에는 이 기능이 없다. 아쉬운 점이다.
 
거꾸로 여름이 되자 상황이 다르다. 히터를 껐다켰다하는 4월 중순부터는 주행거리가 다시 500km 이상으로 늘어났다. 6월 현재는 에어컨을 켜고 운행해도 500km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 역설적이게도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이 없어서(아니, 엔진이 없어서) 차량의 내부온도가 내연기관보다 낮다. 에어컨을 계속 켜면 너무 추워서 껐다 켰다를 반복하게 된다. 
 

2023년 6월에 에어컨을 켠 상태로 주행했을 때, 산술적으로 완충 시 51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나온다.

 
충전문제 -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회사에도 충전기가 충분하고,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아직까지 여유 있다. 딱 한번 위기상황은 있었다. 11월 초쯤, 오후에 전주에 내려갔다가 밤에 올라오는 업무 일정이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배터리가 70% 정도인 상태로 출발했다. 이동 거리는 편도로 약 200km 정도여서 산술적으로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밤이 되자 한기가 돌아서 히터를 켰는데 이때부터는 배터리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위기를 느끼고 정안휴게소부터 눈에 보이는 모든 휴게소에 들러서 충전기를 찾았으나, 모든 곳에서 포터EV들이 충전을 하고 있어서 시쳇말로 똥줄이 탔다. 결국 배터리가 12% 남은 상황에서 안성휴게소에 들어와서야 급속충전기를 찾아 한숨을 돌렸다. 내연기관차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긴장감이었다. 이날 이후로 핸드폰 배터리처럼 배터리가 50% 밑으로 내려가면 거의 충전을 하려고 한다.
 
충전비용 - 집에서 주로 충전하는데 kw당 217원이고, 0%부터 완충하면 16,709원이다. 한 달에 3~5만 원씩 나가고 있다.
 
차량유지비 - 아직 어떤 소모품도 교체한 것이 없다. 겨울에 산 윈터타이어(한국타이어 아이온 윈터) 말고는 아직이다. 
 
안전문제 -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닫힐 때, 장애물에 걸리면 멈추는 스톱기능이 없어서 위험하다는 유튜브를 봤는데, 잘 모르겠다. 우리집 ID4는 좀 내려오다가 멈추던데.
 
충전기가 안 빠지는 문제는 한번 겪었다. 이때는 문을 완전히 잠그고 푸니까 해결됐었다. 그렇지만 처음 겪는 일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이건 이번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관련 리콜에서 해결되길 바란다. (7월 중에 리콜 예정이다).
 
제동력 - 처음에 이 차에 대한 소감을 남겼을 때 브레이크가 조금 밀리는 느낌이었다고 썼는데, 그냥 새로운 차라서 그랬던 것 같다. ID4를 운행하다가 원래 타던 차를 운전하니까 브레이크가 낯설고 미묘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ID4의 제동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 드럼브레이크로 얘기가 많았었는데, 아직은 문제가 없다. 몇 년 더 두고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타 - 최근 대관령에 다녀왔는데, 강원도까지 갈 때랑, 돌아올 때 전력 소모량이 매우 달라서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강원도에 가는 길에 배터리를 30만큼 썼다면, 돌아올 때는 20만으로도 충분했다. 등산할 때와 하산할 때의 체력소모가 다른 것과 같은 맥락 같다.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차가 전혀 없는 모 구간에서 시속 140km까지 밟아봤는데 꽤 안정적이었다. 조금 오버해서 말하면 처음 BMW 5시리즈를 운전했을 때 느꼈던 '가속할수록 차가 바닥에 쫀쫀하게 붙는 느낌'을 다시 느꼈다. 
 
또한 스티어링 반응도 좋다. 딱 내가 원하는 만큼 돌아준다. 짧은 회전반경은 여전히 놀랍다. 구성남의 좁은 골목길도, 을지로 뒤쪽의 골목도 걱정할 것이 없다. 반자율주행도 잘 쓰고 있다. 시내에서 쓰기엔 좀 부담이 있지만,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유용하다. 
 
칼럼식 기어는 점점 더 편하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핸들과 센터의 터치식 버튼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쓸데없이 민감해서 선루프 셰이드 버튼을 누를 때 실내등이 켜져서 신경 쓰인다. 
 
우리가족의 첫 전기차인 ID4. 만족스러운 점이 더 많다. 어차피 차 두 대는 있어하는 수도권 생활이니까 앞으로도 두 대 중 하나는 전기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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