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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재방문한 후기는 여기에>

 

근처에 새로운 호텔이 생겨서 내돈내고 체험 숙박을 해봤다. 힐튼오너스 포인트 헌터로서 남산에 있던 밀레니엄 힐튼이 없어져서 아쉬웠는데, 마침 더블트리가, 그것도 집 가까이에 생겨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보낸 하룻밤의 이야기를 조잡하게 적어본다.
 
호텔의 이름은 "더블트리바이힐튼 서울 판교(DoubleTree by Hilton Seoul Pangyo)" 상당히 긴 이름인데 아마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이름은 뒤에서 분석해 보기로.


분당 잡월드 옆에 들어선 으리으리한 건물이 바로 이번에 투숙한 더블트리다.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와 판교IC 상행선 중간 즈음에 딱 붙어 있어서 이쪽을 지난다면 놓치기 어렵다.
 
주차장 사인을 따라 들어가면 거대한 드랍존과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진 램프가 나타난다. 아직까지 발레파킹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 것 같았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휑한 주차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층에 올라가야 했다. 여기엔 아직 입점하지 않은 공간들이 복도를 향해 "스텐 샷시"로 마감되어 있었다. 이렇게 공들인 건물에 스텐 샷시라니,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 호텔의 곳곳에 브론즈 마감재가 쓰인 걸 봤는데 마치 밀레니엄힐튼의 헤리티지를 자신들이 가져왔음을 표방하는 것 같았다. 그런 곳에 번쩍이는 스텐 샷시는 황당했다. 입점 시까지 임시로 설치한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정식 오픈한 호텔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앞으로 한국에서 밀레니엄힐튼처럼 디테일까지 신경 쓴 호텔 건축물은 없을 것 같아서 애석했다.


더블트리의 쿠키는 유명하다. 세계 어디서나 더블트리는 따뜻하고 기름지고 참을 수 없는 냄새가 미뢰를 자극하는 쿠키로 게스트를 환영한다. 여담으로 코시국에 힐튼호텔에서는 더블트리 쿠키의 레시피를 공개했을 정도로 브랜드의 상징이다. 판교 더블트리의 쿠키도 똑같이 코끝에서부터 맛있었다. 부디 쿠키만큼은 지금의 퀄리티를 지켜주길 바란다.
 

한국에서 처음 만나 더 반가운 "더블트리 웰컴쿠키"

체크인 카운터의 직원 여러분은 모두 정말 친절했다. 뿐만 아니라 이 호텔의 모두 친절함으로는 최고였다. 그렇지만 호텔의 부족한 점을 친절함으로 채우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체크인 시에 서비스 설명이나 프로세스가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무리 없이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에 들어갔다.
 
객실은 장점과 단점이 극명했다. 장점은 새로 오픈한 곳답게 깨끗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았던 뷰를 꼽을 수 있다. 우리가 투숙한 객실은 서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위치에서 바라보는 경부고속도로는 새로웠다. 고속도로에 인접하여 소음이 우려됐는데 생각보다 조용했다.
 
단점은 몇 가지 있었다. 이곳이 5성급 호텔임을 감안했을 때 아쉬운 점들이다. 먼저, 마감재 냄새가 아직 빠지지 않았다. 클로짓 등 새로운 가구 냄새가 심했는데, 이것이 포름알데히드라는 걸 알면 편히 잘 수 없다.  또, 좁은 객실 크기와 샤워만 있는 화장실이 신경 쓰였다. 콘래드...까지는 아니더라도 40년 된 남산힐튼 정도는 기대했는데 난데없이 신라스테이급 객실이었다.
 
객실에 들어섰을 때, 더블트리는 원래 판교의 그래비티급 비즈니스호텔로 계획했다가 중간에 특급호텔로 발향을 바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여러 가지가 성급하게 진행된 것 같았다.
 

이 위치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바라보는 건 처음

객실과 별개로, 호텔의 애매한 위치도 매력을 떨어트린다. 원래 분당신도시 계획 시 유원지 부지로 정해졌다가 잡월드가 세워질 때까지 빈 땅으로 남아있던 곳이다. 즉, 최근까지 빈땅이었던 탓에 모든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에 상점이나 식당도 없다. 가장 가까운 수내역이나 정자동 카페거리까지 1.5km /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모든 것이 애매한 위치다.
 
자연스럽게 이 호텔 이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판교에 있는 글로벌 호텔체인 소속 호텔은 모두 이름에 "서울 판교"라는 지명을 달고 있다. 이건 서울 밖은 암흑이라고 여기는 한국의 특성이 반영된 거라 이해하는데, "판교"라는 지명이 갸우뚱. 오히려 이곳을 분당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행정구역이 백현동이라서 판교라면 할 말이 없지만, 로비에서 판교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 메리어트 계열 호텔들과 달리 택시를 타야 하는 점은 분명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 낯선 외국인이 여기에 투숙하면 좀 속았다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나는 상하이 푸동 더블트리에 머물 때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지하철이 없는 곳에 위치한 푸동 더블트리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택시나 디디추싱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단, 그런 핸디캡 때문인지 푸동 더블트리는 룸레이트가 비교적 낮은 편이었고, 중국의 택시비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괜찮았다. 이에 비해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는 서울 중심과 차이 없는 룸레이트와 꽤 높은 한국의 택시비로 인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딱히 호캉스 장소로써의 매력이 떨어지므로 외국인들의 평가가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뜻밖의 강점은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와 식당에 있었다.
 
먼저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일반적으로 '라운지'라고 하는 이곳은 높은 층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이곳을 이용하는 투숙객과 그렇지 않은 투숙객을 나누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판교 더블트리의 라운지는 로비층의 체크인 카운터 옆에 마련되어 있어 약간 당혹스럽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비즈니스호텔을 5성급으로 급히 변경하면서 라운지도 부랴부랴 빈 공간에 때려 넣었다고 의심해 본다. 그 때문인지 라운지를 위한 키친이 따로 있다, 처음부터 계획했다면 메인식당의 키친과 리프트 따위로 연결되도록 설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에선 보기 드물게 이브닝 칵테일에 따뜻한 음식이 나온 점이 인상 깊었다.
 
다음으로 식당. 데메테르라고 하는 뷔페식당으로, 조식, 중식 그리고 저녁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만큼은 직원 여러분의 서비스가 물 흐르듯 뛰어났다. 그분들은 몸으로 마음으로 자기 일을 알고 있었다. 
음식의 맛도 괜찮았는데, 아뮤즈 부쉬부터 해산물, 육류, 디저트까지 만족스러웠다. 케밥과 샤크슈카까지 마련된 중동코너가 흥미로웠다. 디저트에서는 크림브륄레가 의외의 최강자였다. 
 

디저트 하나씩 맛보기

 
한편 흔히 볼 수 없는 브레드푸딩이 있어서 뭐지?했다. 그 맛은 또 밀레니엄힐튼의 브레드푸딩과 같아서 흥미로웠다. 직원 한분에게 '여기 음식 남산 힐튼 못지않네요'라고 물으니 '저희가 어디서 왔게요?^^'라고 반문했다. 역시 물 흐르는 듯한 서비스는 하루아침에 완성된 게 아니었다. 시설만 갖추었다고 특급이 되는 건 아닌가 보다.
 


많이 아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객실에 욕조가 없는 건 잘못됐다. 지금 상태로는 비즈니스호텔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비즈니스호텔(Doubletree)의 시설에 특급(By Hilton)이라는 옷을 걸쳤더니 거추장스럽고 자꾸 뭔가 어긋난다. 이대로 지속할 수 있을까? 이 호텔에서 만족감을 주는 건 데메테르와 쿠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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