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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코로나19'다. 다른 모든 이슈는 잠식당했고, 사람들은 일상의 요소들을 잃어버렸다. 여행도 그중 하나인데, 요즘처럼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에 집에 콕 박혀있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는 3월에 가려던 여행을 취소 당했다.

 

작년 3월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나 여행은 자유로웠다.
나는 중국 시안(西安)에 가게 됐는데. 당시 그 도시에 파견되었던 절친의 생존 확인 겸 낯선 도시로의 여행을 위해 휴가를 썼다.  

 

시안 공항


시안까지는 대한항공으로 인천공항에서 출발, 상해 푸동을 경유해 시안공항에 가는 여정이었다.

 

시안 직항도 물론 있다. 이때는 상해에 다른 일이 있어서 2박 3일간 잠시 머물러야 했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오랜만에 상해 구경도 했고, 중국 국내선도 타볼 수 있었다. 

 

상해에서 시안까지 타고갔던 중국동방항공의 에어버스

 

동방항공 상해-시안 구간은 국내선인데도 따뜻한 기내식을 제공했다. 고기 조림과 백설기가 되지 못한 네모밥. 중국식 햄과 체리 주스. 

조금 먹고 항복해버렸다. 따뜻한 기내식이 나온다는 점은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상해에서 거의 직선으로 날아갔는데, 산줄기가 끝없이 이어졌었다. 어디가 어딘지는 몰랐지만 삼국지 게임 화면 같이 보였던 기억이 난다.

 

 

시안에 도착하고, 중국의 우버 격인 디디추싱(Didi)에서 차를 잡았다.

이상하게도 시안에서는 디디로 차를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바로 전에 머물렀던 상해에서는 바로바로 잡혔는데, 시안에서는 정반대였다. 외국인이라서 그랬던 건지 의심스러웠다. 여하튼, 우리의 디디는 고속도로로 들어섰고, 1시간 정도를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이곳에 오기 전, 아이폰맵으로 시안의 지도를 보며 여행 동선을 그려봤는데, 지도로 보는 것보다 모든 것이 크고, 멀었다.

공항에서 호텔도 아이폰맵이 알려준 대로 정말 1시간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예상은 30분).

 

공항 톨게이트부터 당나라 장안의 느낌이 풍긴다. 스케일 굿.

 


시안에서는 힐튼 시안 하이테크존(Hilton Xi'an High-tech Zone)이란 호텔에서 머물렀다. 이곳은 힐튼오너스 포인트헌터(또는 노예)에게는 가성비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다시 시안에 가게 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시내에서 훨씬 가까운 힐튼호텔에 머물 것이다. 모든 곳이 모든 곳에서 너무 멀었다.

 

체크인한 방에 들어가니 간단한 과자와 과일이 세팅되어 있었다. 가운데 병마용 병사 모양 화이트 초콜릿이 인상깊었다. 오른팔을 먹어봤는데 맛은 없었다.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러 코리아타운에 갔다. 시안에는 삼성의 반도체 공장이 있어서 한국인이 많다고 한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이곳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시안에서 먹은 첫 끼. 갈비구이와 건두부쌈(?). 네모반듯한 건두부에 고수, 오이, 파 등을 싸서 소스에 찍어먹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올 때도 디디로 차를 잡았다. 일반 차량을 잡히지 않아서 리무진 옵션으로 겨우 잡을 수 있었다. 말이 리무진이지, 서울 일반택시와 모범택시 그 중간쯤이다. 신기하게도 냄새가 나지 않았던 점은 인상 깊었다. 중국인데도 말이다. 일반과 모범을 불문하고, 기사님의 '음식 숨결'과 '쿰쿰한 냄새'로 상징되는 한국 택시가 반성하고 고쳐야 할 점이다.

 


 

호텔로 오는 길에 간식거리를 사기로 하고, 급하게 지도에서 슈퍼마켓을 찾았다. 그랬더니 호텔 가까이에 'Department Store'가 뜨는 것이었다. 기사님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이곳에 세워달라고 했다. 우리는 백화점에 갈 생각에 무엇을 살지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 후에 차가 멈춘 곳은 어느 허름한 아파트 단지의 입구였다. 우리는 당황스럽게 차에서 내려 백화점은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거렸다. 백화점은커녕 슈퍼마켓도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낡은 아파트 단지는 어두웠고, 어딘가에서 쟝첸이 나타날 것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건물 사이에 각자 조명을 켜놓고 음식부터 양말, 옷, 과일 등을 팔고 있는 매대가 늘어서 있었다. 본의 아니게 로컬 야시장을 찾은 것이다 (알고 보니, 우리가 찾은 Department Store는 아파트 단지에 있던 잡화 백화점... 즉, 한국의 '다이소'같은 곳이었다). 

 

이것이 로컬이다.

여행 중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오는 재미가 크다. 이런 것이 여행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중국어로 '~진(斤) ~진(斤)'을 외치며 나의 사랑 망고스틴과 망고를 양손 가득히 사 왔다. 과일을 사고, 동네 구경도 했다. 

 

과일 굿
호텔까지 같이 온 망고와 망고스틴

 

시안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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