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커튼을 열었을 때, 하늘이 뿌옇던 게 기억난다.
시안은 중국에서도 미세먼지가 극심한 곳이라고 한다. 몇 달 뒤, 시안에서 태어나 8살까지 살았다는 중국인 친구를 만났을 때 이 얘기를 했더니, 자기가 어렸을 때도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썼었다며 원래 그런 곳이라고 했다. 시안에 있던 내내 입술에서는 먼지 맛이 났다.
아침부터 만난 파견 나온 친구(한국인)는 시안에 왔으니 회족거리(回民街)에 꼭 가야 한다고 했다. 회족은 중국어로 후이(hui)족이라고 발음하는 소수민족으로, 간단히 말하면 무슬림을 믿는 중국인이다. 원래는 원나라 때까지 유럽과 중동에서 회흘(위구르) 지역을 넘어와 중국에 정착한 사람들인데, 지금은 한족화 되어 생김새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다. 명나라 때까지는 나름 괜찮게 살았던 거 같은데, 청나라 때 이르러 사회적 지위가 추락하여 공공연한 무시와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종루에서 내렸다.
시안종루는 명나라 때 지어졌다. 이것이 지어진 1384년의 한반도는 고려 말기로, 조선이 건국되기 8년 전이었다. 이 건물은 1939년에 일제의 폭격을 받아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가, 복원하여 1984년 일반에 공개되었다.
종루 왼편에 광장처럼 넓은 공간이 있는데, 거대한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문화 중심에 미국의 맛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스타벅스와 백화점의 사잇길은 회족거리로 이어졌다.
러우지아모의 맛은 좀 단조로웠다. 고기만 있어서 그런지 좀 퍽퍽했다. 그래도 특이한 맛은 안 나서 누구라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 조리사가 턱에 입 가리개를 쓰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더 위생적인 중국이다.
회족거리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고 코를 킁킁 거린다. 그 냄새는 양꼬치가 구워지는 냄새다. 이곳에서는 꼬치로 나뭇가지를 쓰고 있었다. 와일드한 맛이 있었다. 양꼬치 자체는 서울의 것이 더 맛있다.
이제 회족거리에서 먹은 마지막 음식..
바로 그 (유명하다면 유명한) 뺭뺭면이다.
뺭뺭면이라고 발음하는 이 음식은 단연 시안의 대표 요리다.
그 유명세에는 이름도 한몫하는데, '뺭(biang)'자가 가장 복잡한 한자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워낙 특이한 글자라서 중국어를 전혀 몰라도 메뉴판에서 이것만 찾아서 시키면 이 도시 최고 유명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언젠가 다시 시안에 가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뱃속을 비우고 최대한 배고픈 상태로 회족거리에 갈 것이다.
그리고, 위챗 페이를 챙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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