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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또한 정신 없다. 뭔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틀어져버리는 혼돈같은 2015년.

 

그런 혼돈 중에도 감사할 일이 생기는데, 짧게나마 오클랜드에 돌아갈 수 있었던 게 그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다시 하늘을 다시 올려다볼 수 있는 여유를 되찾았었다.

 

한때는 집이라고 불렀던 곳에서 여행자로 머물게 되었는데, 이건 태어나서 처음 겪는 독특한 느낌이었다. 이질적이면서도 동시에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예전에는 잘 보지 않았던 오클랜드의 하늘을 연거푸 올려다보고 있었으니 나는 확실히 여행자였다.

  


   

도착. 바다와 바로 접해 있는 오클랜드 국제공항. 처음 갔던 1994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픽업 오기로 한 친구보다 먼저 입국해서 남은 시간에, 조금 변한 공항을 둘러보고 화장실도 가고, 플랫화이트도 사마셨다. 5년만에 예전에 쓰던 은행카드를 긁었는데 문제없이 결제 성공. 분명히 그저 그런 공항 커피인데 맛있었다. 우유가 한국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서울에서 뉴질랜드 우유와 한국 우유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방법이 있긴 있다.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한 통과 (이마트트레이더스에서 살 수 있는) 뉴질랜드에서 수입된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통을 번갈아가면서 먹으면 간접적이나마 두 나라 우유의 차이를 맛볼 수 있다.

 

 

 

이윽고 친구와 만나서 (5년만에 만났는데 어제도 만난 듯) 뉴질랜드 입국 후 처음 가게된 곳은 예전에 다녔던 오클랜드 대학교.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작은 부분들이 조금씩 많이 변해 있었다. 이과 건물이 증축된 거라던가, 가로변 주차가 요일과 시간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한 것 등등. 특히 예전에는 저녁 6시가 지나면 가로변 주차가 무료였는데 이제는 밤 10시가 넘어야 그렇다는 걸 듣고 정말 많이 변했다고 느꼈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라고 느껴진 건 오클랜드의 외식문화이다. 지난 5년 동안 엄청나게 풍부해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평선이나 스카이라인은 큰 변화를 겪지 않은 듯, 예전과 다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낯설면서도 동시에 집에 돌아온 느낌을 받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티에서 하버브릿지를 지나 노스쇼어로 가는 길은, 1994년이나 2001년이나, 2015년이나 변함 없은 풍경으로 반겨준다. 

 

 

어렸을적 자주 가던 동네에는 폐허처럼 버려진 부동산이 있었는데, 어떤 느낌이었냐면 헐리우드영화에서 아낌 없이 폭파시켜버리는 외딴 창고같은 느낌이다. 그곳의 분위기는 지금 완전히 변해있었다. 재개발이 이루어졌는데, 새로운 건물이 낡은 건물을 밀어버리는 식의 재개발이 아니라, 기존의 건축물을 닦고, 빛을 비추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한 기존 공간의 재해석이었다. 낡은 벽돌벽에 간단한 철근과 나무판자를 덧붙여 간이 테이블을 만든 바(Bar)라던가, 쇠창살같은 울타리문을 데코레이션으로 활용하는 등의 재해석이 보기 좋았다. 

 

  

친구의 배려로 도착한 직후부터 좋은 커피와 음식, 추억의 장소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고맙다. 이곳에서 곧바로 몇 명의 친구들을 더 만나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되었다. 의사가 된 고등학교 때 친구, 이제 곧 부부가 될 고등학교 친구와 대학교 친구. 몇 년만에 만났는데도 어색함 없이 서로의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고, 정말 좋았다. 정말 좋은 공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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