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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들고 계산대로 간다.

바코드를 찍는다. 결제가 되고 이내 POS에서는 손가락 서너 마디 넓이의 하얀 종이가 주욱 솟아난다, 영수증이다.

"영수증 버려주세요." 이후에 흔히 하는 말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가 산 물건만 챙겨 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점원은 당연하게 영수증을 뜯어버린다.

일상에서 만나는 가장 하찮은 종이일지도 모른다. 이 영수증은. 어쩌면 신문지보다도 더 하찮다.

이런 영수증에도 국제정치가 녹아 있다. 세상의 복잡성을 생각한다.


올해 초, 파란색 글씨가 찍힌 영수증이 시중에 풀리면서 사람들은 신기해 했다. 처음에는 '파란색 잉크가 친환경이라서', '검정색 잉크는 발암물질이라서' 같은 헛소리들이 돌아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잉크는 어떤색이던 친환경일 수 없고, 검정이던 파랑이던 비스페놀-A 물질이 함유된 잉크는 모두 발암물질이다). 결론은 기존 영수증에 발라지는 검정색 "감열염료"라는 것의 수급 차질을 겪으면서 파란색 감열염료가 대체품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일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자연환경 개선과 관련된 발언이었다. 공산당은 심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공장들을 폐쇄하거나 작업 정지 시켰다 (하위 정부 차원에서 알아서 긴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전세계 검정 감열염료는 중국의 한 공장에서 가장 많이 생산했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선진국에도 기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마치 정해진 듯이 중국으로 생산이 집중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안산 등에서 각종 염료가 생산됐었지만 지금은 같은 이유로 거의 없어졌다고 알고 있다). 


지금은 검정 글씨 영수증이 잘 보이는 걸 보니 수급상황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


하지만 영수증 종이의 앞날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염료와 함께 주요 부원료로 들어가는 성분의 수급 불균형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트럼프가 나타난다. 그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후,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많은 생산 자원이 그곳에 집중되는 걸 볼 수 있다. 셰일가스 생산에 주요한 촉매가 영수증 종이에 쓰이는 부원료와 같은 물질이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도 같은 물질이 생산되지만 미국산이 잔디라면 중국산은 잡초라고 하는 말을 광물 업계에서 들었다.


또 한 번 영수증 파동이 생기면, 전통적 종이 영수증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쩌면 전자영수증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한 것 같다. 영수증 종이 이야기에 G2의 지도자가 모두 나올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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