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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민망할 정도로 미뤄진 영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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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 영국행은 콘월(Cornwall)에 가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콘월은 잉글랜드 남서쪽에 위치한 지방의 이름으로, 지도에서 보면 대서양 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부분이다. 원래는 일 때문에 간 것이지만, 나는 그곳의 자연환경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오랜만에 맡은 풀냄새와 바다, 특히 대서양과 도버해협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먼저 콘월로 떠나기 직전의 이야기부터.

   

런던에서의 짧은 하루를 보내기가 아쉬워서, 떠나는 날 아침 일찍 조깅을 했다. 호텔을 나와 웨스트민스터궁과 성당을 지나 피카딜리를 돌아서 버킹엄궁을 찍고 오는 코스였다. 동트기 전의 런던시내... 한적한 도로에 한적한 이층버스가 라운드어바웃을 돌고, 우유배달트럭이 지나가고 있었다. 7~8km의 짧은 코스였지만 인생 러닝으로 남을 것 같다.

  

새벽 5시 반의 빅벤.

 

 

새벽 6시 45분의 버킹엄 궁전. 굿모닝 요 마제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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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맞춰 패딩턴역으로 나왔다. 서구권에서 이렇게 멀쩡한 기차여행은 처음이라 긴장됐지만, 어느나라나 기차 여행은 비슷한 것 같다. 시간에 맞춰 티켓에 써진 열차를 찾아서 탑승하면 된다.

티켓 구매는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했다. 현장에서 사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제값을 모두 지불해야해서 비싸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왕복에 25만원은 족히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주 협소한 탁자가 눈에 띈다. 좌석간격은 넓어서 괜찮았다. 

한국 기차에서는 간식차가 지나가곤 하는데, 여기선 그런것 없이 카페칸까지 가야했다.

말이 카페지, 음식은 샌드위치 두 종류, 견과류, 쿠키나 음료수, 커피와 차같은 것만 준비되어 있었다. 카페차의 상태가 이렇게 심각해서, 기차역 플랫폼 건너편에 큰 테스코가 있었나보다.

 

 

Devon(으로 기억하는) 지역에서부턴 철길이 해안 바로 옆에 놓여있어서 차창으로 대서양을 감상할 수 있다. 약해보이는 난간은 키가 낮아서, 의식하지 않으면 기차와 바다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듯이 보인다.  

 

 각각의 바다들은 저마다 고유의 색이 있는 게 분명하다. 대서양은 한국의 바다에서 보지 못한 빛깔이었다.   

 

세인트 오스텔역에 내려서 기다리고 있던 택시를 타고 호텔로 왔다. 'Pier House Hotel'이라고, 호텔은 200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건물이었다. 작은 만을 끼고 있는 자연풍경이 눈부셨다. 오래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는 없었지만 최근에 내부 수리를 했는지 시설은 깔끔했다.  

 

 

이 동네는 특히 더 클래식해 보였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몇 년 전, 한 스튜디오에서 온 동네를 샀다고 한다. 다시 말해 온 마을이 영화/드라마 세트장인 것이다. 그래서 이쪽 집들은 위성TV용 안테나를 설치할 수 없다고 한다 - 이유인즉 18세기엔 그런게 없었으니까.  

 

 

이곳에서 꽤 자주 영상촬영이 이뤄진다는데, 마을 곳곳에 그린스크린을 설치하기도 한단다. 그곳에 있는 동안 지역주민들은 Poldark란 드라마 얘기를 많이 했다. 영국에서는 인기있는 시리즈였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려고 전편을 다운받았는데, 아직도 못보고 있다...

 

유명한 영화로는 어바웃 타임. 그것도 이쪽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반전은 그 영화를 정작 영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좀 있더라는 것. 어바웃 타임도 인터스텔라처럼 한국에서 유독 흥행했었나 보다?   

 

 

내가 머물던 방의 풍경. 시골 특유의 느낌이 묻어나는. 하지만 범선이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저 범선들도 모두 실제 항해가능한 소품이라고 한다.  

 

 

 

 

콘월 지역의 특산품인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으로 만들었다는 아이스크림.

맛있게 살찌는 맛이었다. 쩚쩚 

 

 

이곳에서 거의 일주일을 보냈는데, 아침마다 러닝을 나갔다.

도버해협에 접한 절벽에 걸쳐진 좁은 길을 달렸는데, 포장도 안된 길을 달리기도 하고, 잔디 위를 달리기도 했다. 잔디밭을 지날때는 토끼굴을 피해야 했는데, 잘못하면 토끼굴에 발이 끼어 넘어지거나, '이상한 나라'에 빠질 것 같았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풀냄새에 감사했고, 운동화 코에 스치는 아침이슬도 반가웠다 (엄지발가락에 습기가 닿게 된다).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몰아쳤다. 그 옛날 뉴질랜드에 처음 상륙했던 영국인들도 그곳의 풍경을 보고 집같다는 생각이 들었을거라 믿는다. (정말 오클랜드에 '콘월파크'란 곳이 있다)

 

 

콘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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