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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에 인생 첫 유럽, 첫 영국.

인천에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가게 되었다. 선택의 이유는 단연 가장 저렴한 가격이었다. 

요새 동방항공을 보면 여러 노선에서 경쟁적으로 가격을 다운시키고 있는데, 이번처럼 바로 다음으로 저렴한 항공사와 50만원 이상 차이가 나버리면 아무리 법인카드라도 동방항공을 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동방항공의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서비스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던 서비스 하나를 꼽자면, 식전빵이 식후에 서빙되는 점이었다. 왜?


영국에 도착하고 입국심사를 통과하기까지 1시간 반 이상 걸렸던 것 같다.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는 소문을 들었었는데, 막상 심사대에 서자 여권에 찍혀있던 UN스탬프* 덕분에 '10초점프' 할 수 있었다. 

UN만세. 세계평화만세.


*뉴욕 UN본부 기념품샵에서 여권에 찍어주는 방문인증 스탬프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히드로 익스프레스(Heathrow Express)라는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패딩턴(Paddington)역까지 금방 갈 수 있었다.

 

 

여차저차 도착했을 때 시간은 밤 11시를 넘겼었다. 

그 시간의 런던은 서울에 비하면 고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대에 실신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었다.

  

 

이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이번 일정에 런던에서 보내는 유일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텔은 버킹검 궁전(Buckingham Palace)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여행이 목적이라면 숙박장소로 부족함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런던아이부터 버킹엄 궁전까지 무리없이 걸어서 돌아볼 수 있기 때문에.

단,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

 


   

 

런던 아이(London Eye)를 지나 웨스트민스터 성당(Westminster Abbey)으로 방향을 틀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TV에서 본 여왕 행차 이벤트 때처럼 많은 인파였다. 

그리고 그 인파는 실제로 여왕 행차를 기다리던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그곳에 서있던 한 경찰관에게 물어보니 제2차 세계대전 발발 75주년 기념 미사가 있는 날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사가 끝난 후 여왕과 가족들이 지나갈 거라 차량통제중이라고 했다. 보기보다 친절한 경찰양반들이었다.

 

나도 기다렸다가 그들을 볼까 했지만, 기약없이 기다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쉽지만 그곳의 분위기만 느껴보고 곧바로 웨스트민스터를 지나, 더 몰(The Mall)을 거쳐 피카딜리(Piccadilly)로 걸음을 옮겼다.

 

 

웨스트민스터를 지나는 중에 길가로 미사 소리가 들려왔다. 

"75년 전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 매우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왠지 모를 떨림이 전해졌다.

  

웨스트민스터에서 더 몰로 가는 길에 호스 가즈 퍼레이드(Horse Guards Parade)를 지나게 된다. 

기마병이 이곳에 항상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에 기마병이라니... 의아했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니 좀 이국적이고 신기했다. 

 

 

일단 이런 날씨에 런던에서 시간을 보낸게 행운이었다고 몇번이고 말하고싶다. 

탁 트인 하늘 아래 버킹검으로 이어지는 더 몰을 걸었다. 평소보다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부려보기도 했다. 

유니언잭의 얌전한 펄럭임도 좋았고, 나무보다 높이 보이는 빌딩이 없어서 좋았다. 

 

 

피카딜리에서는 펜할리곤스, 폴스미스, 처치스 같은 '영국 가게'에서 사람들 선물과 내가 쓸 것을 샀다. 

집에 돌아갈 때 공항에서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나마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정신 없는 사이 어느새 오후 2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서둘러 호텔에 돌아가 짐을 놓고 블랙캡을 잡았다. 

3시에 애프터눈 티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에서.

 

헤로드(Harrod's) 백화점.


 

1834년, 브리티시 제국이 핫했던 시절에 오픈한 이 백화점은 어마어마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음은 물론, 제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실내장식이 유구한 멋을 풍긴다. 

한 블록 전체가 백화점인 곳으로 규모도 영국최대다. 또한 이 건물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화려한데, 건물 구석구석 스토리가 없는 곳이 없다. 예를 들어 19세기 이집트에서 공수해 온 재료들로 꾸며진 계단처럼 말이다. 

이곳이야말로 전세계 고급 백화점의 '원조 오브 원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제국시절 경성 한복판에 지어놓은 아담한 신세계백화점도 겉모습만큼은 이곳과 닮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로 이것이 해로드의 애프터눈 티. 

 

음식은 리필이 되며, 스콘은 다른 접시에 서빙된다. 맨 아래 샌드위치부터 먹으면서 올라가며, 중간에 잼과 커스타드,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은 스콘에 발라 먹는다. 반드시 버터가 아닌 클로티드 크림이 올라가야 한단다. 

맨 위에 디저트까지 먹고나면 배가 불러서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한사람에 5만원 정도하며 세금은 별도다. 


아, 드레스코드도 있어서 반바지나 나시, 노출이 심한 옷은 입장이 거부되며, 발가락이 보이는 신발과 운동화도 그렇다.

 

영국 여행을 준비한다면, 셔츠와 단정한 긴바지와 구두 챙기기를 추천한다. 

일단은, 신사의 나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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