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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드에서의 애프터눈 티를 마친 이후의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플랫폼이다. 

지하철을 언더그라운드라고 부른다. 직접 그곳에 가보니 되게 낮은 천장과 좁은 복도가 서울의 그것과 많이 달라서 신기했다. 

참고로 런던의 지하철을 뉴욕에 비하면 매우 훌륭하다. 

뉴욕 지하철이 버려진 느낌이라면, 런던 것은 착실히 관리되고 있다. 

냄새도 나지 않고, 조금 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안전함을 생각한다면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서울메트로가 갑.이지만.

 

 

영국사람들은 지하철을 '튜브'라고 부르는지 알았는데, 대부분 언더그라운드라고 부르고 있었다. 

튜브는 열차자체를 지칭하고, 

지하철 시스템, 즉 우리가 서울에서 "지하철"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언더그라운드라고 표현한다.

 



다시 호텔에 들어가 셔츠와 구두에서, 맨투맨과 운동화로 갈아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는 이미 호텔에서 탬즈강까지 가는 길이 조금 낯설지 않게 되었다. 

  

램버스 브릿지(Lambeth Bridge)에서 바라 본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런던 아이. 

템즈강 주변으로 런던의 과거와 현대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오래된 도시에 가면 한 구역에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여기 런던과 도쿄도 그랬고, 서울도 광화문 근처로 가면 그런 느낌이다. 그것은 대부분 도보로 이동했던 옛날 사람들의 생활권 또는 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자동차와 함께 개발된 미국의 도시에 가보면 큼직큼직 넓직넓직한게, 전혀 다른 풍경을 갖고 있다.

 



탬즈강을 따라 걷다가 찾은 커피 가판대.

 

 

런던 Top 10에 드는 커피샵이라고 한다. 

벌써 거의 두 달 전에 마신터라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커피를 내리던 바리스타의 손놀림은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다. 

다음 런던 여행 때도 볼 수 있기를,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커피를 사들고 강을 따라 조금 더 윗쪽으로 걷다보면 이렇게 웨스트민스터 궁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쪽에 가면 이렇게 오래되고 거대한 석조건물들이 유적으로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여전히 활발히 기능하고 있어서 신기했다. 

옛날의 역사와 "오늘의 역사"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그냥 한 시공간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많이 좋아 보였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물은 대부분 오늘날 (만약 건재하다면) 입장료를 받는 유적지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아주 아쉬운 점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사람들은 옛날과 지금이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사는 것 같다. 

현대인은 목조건물에 살 수 없고, 시멘트 블록 속에 살아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옛 건물은 허물고 그곳에 철근과 콘크리트와 강화유리로 뭔가를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듯이 보인다. 

그렇게 종로의 많은 골목이 털렸다.

 

옛 건물이 헐리면 네모반듯한 빌딩이 세워지고, 도로에는 '옛 건물터'라는 말뚝이 박히는데, 존재감이 전무해서 어느 '다코야키'트럭이 그것을 쳐서 넘너트려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제도가 막지 않으면 경복궁을 헐고, 그 자리에 아파트단지를 세우고도 남을 양반들이다. 

만약에 우정총국 건물을 일반 우체국으로 쓴다면 서울이 더 서울처럼 보일 것 같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그 도시가 '500년 도읍지'란 것을 가이드북과 표어로 주입시키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150년 전에 조선공사와 이토히로부미가 본 풍경은 내가 본 바로 저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이 런던이란 도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어쩐지 출입금지일 것 같은 모래사장에 들어가 길거리 공연중인 집시사람들. 

드럼대신 생수통을 두드렸지만 더 경쾌한 음악이 되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한 훌륭한 연주였다. 

그런데 저 모래사장에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찾아봤는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내려갔을지 궁금해서 한참을 생각해봤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 그때의 궁금증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해리포터에 나왔을 것같은 런던의 뒷골목.

 

 

그 길을 따라 걷다보니 타워브릿지에 다다랐다. 이쪽에 오니 한국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돌고 돌다가 다시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빅벤으로 돌아왔다.  

 

 

숙소로. 숙소로.

 

 


 

다음날은 기차를 타고 콘월로 가게 된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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