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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심한 날이었다. 아침에 쌀쌀해서 입은 긴 바지가 낮에는 땀복이 되었다.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의 청춘콘서트는 7시에 시작이었다. 이 콘서트는, 익히 알려진 대로, 음악 콘서트가 아니라 두 사람의 대화, 그리고 그들과 청중의 대화가 중심이 되는 콘서트다. 얼마 전 'MBC 스페셜'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됐고, 당시 그 프로그램이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만큼, 이 콘서트의 입장 기회를 잡기도 큰 경쟁이었다. 이날은 원래 계획보다 길어져 강연이 두 시간 반 정도 이어졌다. 친구와의 약속대로 강연 내용을 정리해본다. 내 생각도 맘대로 섞어서.
작년에 서울대에서 열린 안철수 교수 강연회에 이어 이번에도 운이 좋게 거의 바로 앞에서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유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유를 눈 앞에서 볼 때랑 느낌이 많이 달랐다. 여담이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공감, 선의' 그리고 더 나아가 '인도주의와 통일'이었다. 게스트는 평화재단의 법륜 스님이었고, 강연 초반은 안철수, 박경철 두 사람의 대화로, 후반은 게스트가 참여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열린 날이었고, 개표는 투표율 미달로 결국 무산되었다. 요즘 몇 차례 언론 공격을 받은 안철수 교수에게 또 오해받을만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말문을 연 박경철 원장은 그에게 "오세훈 시장의 눈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안 교수는 원래 타인의 눈물을 보면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있는데 이번에는 '복잡했다.'라고 답했다. 박 원장은 안 교수의 '복잡했다.'라는 의미가 그 눈물이 '안 순수했다.'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안 교수에 대한 비난 기사는 여기와 여기)
작년에 서울대에서 열린 안철수 교수 강연회에 이어 이번에도 운이 좋게 거의 바로 앞에서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유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유를 눈 앞에서 볼 때랑 느낌이 많이 달랐다. 여담이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공감, 선의' 그리고 더 나아가 '인도주의와 통일'이었다. 게스트는 평화재단의 법륜 스님이었고, 강연 초반은 안철수, 박경철 두 사람의 대화로, 후반은 게스트가 참여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열린 날이었고, 개표는 투표율 미달로 결국 무산되었다. 요즘 몇 차례 언론 공격을 받은 안철수 교수에게 또 오해받을만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말문을 연 박경철 원장은 그에게 "오세훈 시장의 눈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안 교수는 원래 타인의 눈물을 보면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있는데 이번에는 '복잡했다.'라고 답했다. 박 원장은 안 교수의 '복잡했다.'라는 의미가 그 눈물이 '안 순수했다.'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안 교수에 대한 비난 기사는 여기와 여기)
박 원장이 말을 이었다. 그는 한 사람의 눈물이 자기를 향할 때는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이 되지만, 타인을 대상으로 할 때는 커다란 공감의 파도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빗대어 오세훈 前시장의 눈물은 자신의 시장직 사퇴라는 결단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라 대중의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 아닌가 했다. 만약 그가 겉모습만이라도 차별적 급식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나 그 부모에 대한 눈물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거라 주장했다.
이야기는 동정(sympathy)와 공감(empathy)의 차이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어졌고, 조남호 청문회 사례도 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그 다음 날 경향신문 칼럼에 나온 내용과 같다. 여기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공감에 대한 이야기는, 일방통행으로 국사를 처리하고 있는 현 정부와 대조된다. 현장에서는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부의 행위들과 특정 인물이나 재벌 기업들의 짓거리가 떠올랐지만, 다시 곱씹어 보면 앞으로 살면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2011년 법률소비자연맹의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국민 10명 중 4명은 법 지키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사회라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 도구인 법을 지키는 것이 위선으로 받아들여지고, 비웃음거리가 되는 한국에서, 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공감을 통해 도덕적으로도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은 과연 유효한 것일까?
아직까지는 희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분명 한국은 부정적이다. 후배 여학생을 성추행한 일당이 가족의 재력으로 보호 받고, 변태 국회의원이 국회의 보호를 받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사람들은 무언가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절대 재미 없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으로 그 갈증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갈증을 느낀 사람들이 만약 자기가 찾는 옹달샘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작은 변화가 시작되리라는 희망이 있다.
또 기억 남는 것은 '위기 극복의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다. 안 교수가 안철수 연구소 사장으로 재직할 때 어느날 회계장부를 정리 하다가 불현듯 자신을 의대 동기들과 비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금전적으로 훨씬 앞서가는 동기들을 보고 절망했음을 고백했다. 그는 자신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었다고 표현했다. 거기서 빠져 나오는데 사흘이 걸렸고 그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안 교수에게 위기 극복의 에너지와 그 근원은 실패에서 얻은 맷집이라고 했다. 거듭된 실패에 두들겨 맞아 맷집이 자라서 이제는 '강하다'고 했다.
안철수와 박경철 두 사람 모두 청중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에 대한 맷집을 기르기를 당부했다. 최선을 다하기보다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란 한 마디로 불쑥 과를 바꾸거나 직장을 옮기지 말고, 노력해보길 바랐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게 쉽고 재밌기만 할 순 없다. 노력 없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은 술, 마약, 담배나 도박밖에 없다. 박 원장은 '빙벽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엄홍길 대장의 말을 인용하여, 자기의 인생을 살면서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경지에 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동정(sympathy)와 공감(empathy)의 차이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어졌고, 조남호 청문회 사례도 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그 다음 날 경향신문 칼럼에 나온 내용과 같다. 여기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공감에 대한 이야기는, 일방통행으로 국사를 처리하고 있는 현 정부와 대조된다. 현장에서는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부의 행위들과 특정 인물이나 재벌 기업들의 짓거리가 떠올랐지만, 다시 곱씹어 보면 앞으로 살면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2011년 법률소비자연맹의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국민 10명 중 4명은 법 지키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사회라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 도구인 법을 지키는 것이 위선으로 받아들여지고, 비웃음거리가 되는 한국에서, 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공감을 통해 도덕적으로도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은 과연 유효한 것일까?
아직까지는 희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분명 한국은 부정적이다. 후배 여학생을 성추행한 일당이 가족의 재력으로 보호 받고, 변태 국회의원이 국회의 보호를 받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사람들은 무언가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절대 재미 없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으로 그 갈증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갈증을 느낀 사람들이 만약 자기가 찾는 옹달샘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작은 변화가 시작되리라는 희망이 있다.
또 기억 남는 것은 '위기 극복의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다. 안 교수가 안철수 연구소 사장으로 재직할 때 어느날 회계장부를 정리 하다가 불현듯 자신을 의대 동기들과 비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금전적으로 훨씬 앞서가는 동기들을 보고 절망했음을 고백했다. 그는 자신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었다고 표현했다. 거기서 빠져 나오는데 사흘이 걸렸고 그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안 교수에게 위기 극복의 에너지와 그 근원은 실패에서 얻은 맷집이라고 했다. 거듭된 실패에 두들겨 맞아 맷집이 자라서 이제는 '강하다'고 했다.
안철수와 박경철 두 사람 모두 청중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에 대한 맷집을 기르기를 당부했다. 최선을 다하기보다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란 한 마디로 불쑥 과를 바꾸거나 직장을 옮기지 말고, 노력해보길 바랐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게 쉽고 재밌기만 할 순 없다. 노력 없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은 술, 마약, 담배나 도박밖에 없다. 박 원장은 '빙벽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엄홍길 대장의 말을 인용하여, 자기의 인생을 살면서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경지에 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인생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우리는 '무슨 무슨 가치관의 함양'이란 구호 아래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또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해 '저 사람은 가치관이 나빠!'라고 비난하면서, '당신의 가치관은 무엇입니까'란 질문에는 즉답하지 못한다. 박 원장은 가치관이란 '내 삶의 방향'이라고 정의했고, 이는 즉 어떤 것이 가치 있는지, 의미 있는지를 가리는 기준이 된다고 했다. 가치관이 없는 삶을 그는 '인생을 로또에 거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가치관은 빠진 채 맹목적으로 한가지 목표만 쫓다가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동안 이뤄온 것이 수포가 되고, 어떤 면에서 자기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가치관이 가리키는 방향 위에 목표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 간다면, 설령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도 가치관에 따라 살아왔기 때문에 매 순간이 의미 있고, 자신이 온 만큼 '성공'한 것이 된다는 게 그의 이야기였다. 그는 또 가치지향적인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을 해도 일관된 길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좌충우돌이 된다는 지적도 빼먹지 않았다.
법륜 스님의 참여로 이어진 강연회의 두 번째 부분은 딕테이션을 찾았다: http://hopeplanner.tistory.com/178
나오면서 뭔가 꽉 찬 느낌이 들었던 강연회였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 특히 '가치관의 의미'같은 어쩌면 아주 기초적인 질문들이 촌철살인의 말들로 정리된 밤이었다.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비판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여기서 얻어 온 새로운 생각들은 또 다른 크리티컬 마인드를 만들었고, 새로운 관점에서 내 주위를 돌아볼 수 있었다. 올 여름방학 기간 동안 전국구로 수고하신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에게 소심한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2011/08/28 初, 2011/09/03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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