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체류기는 아직 안 끝났지만,
아무래도 입대까지 완결을 못 볼 것 같아 마지막을 먼저 써야겠다.
설렘과 걱정으로 시작해서,
지루함에 늘어지기도 했지만,
그 끝에선 시원함보다 큰 아쉬움이 남았다.
짧았던 두 달 반이 지나고,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날.
업무가 끝난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방학식날의 풍경은 한국과 비슷했다.
식객 선생의 마지막 인사, 눈물 흘리기...
봉사하러 왔다곤 했지만 오히려 짐만 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학교의 모두가 내게 친절히 대해줬다.
아이들은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여러모로 부족한 나를 '老師(선생님)'라고 부르며 잘 따라주었다.
눈물을 보인 친구들도 있었다. 그새 정이 들었었나..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산속의 한 작은 학교에서, 말도 안 통하는 아이들과 짧은 단어로,
몸짓으로, 마음으로 소통했다(라고 생각한다).
[맑은] 경험을 하고 가는 기분.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다가도 운동장에 나오면 다시 밝아졌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
언젠가부터 내 감정은 드러내면 안되는 것으로 생각했고, 진심을 숨기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그것은 가치 있는 일일까?
아침마다 귀아프게 짖어대던 개. 내 숙소 밑 담벼락 건너편에 있던 놈인데, 존이 가끔 먹다 남은 음식을 주곤 했다.
크고 굵은 나무에 쇠사슬로 묶여 있었는데, 어딘지 마음이 짠했다.
여러번 열받게 했던 6학년 아이들이다.
그래도 제일 잘 따라준 친구들이기도 하다.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를 좋아하고, 쉬는시간에는 유튜브로 동영상을 틀고 춤을 따라하던 아이들. 지금은 중학교에서의 첫 해도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키도 많이 컸겠지.
여기까지가 옥산국소(玉山國小)에서의 이야기다.
[눈물 닦고]
나는 선생들의 회식자리에 참석한 후, 한 분의 차를 타고 신주의 아이젝 숙소로 돌아왔다.
큰 가방과 꽉 찬 베낭을 짊어지고 숙소 앞에 내렸다.
뭔가 큰 일이 끝나고 느껴지는 묘한 기분과, 약간의 적적함 그리고 시원함이 함께 몰려왔다.
뒤를 돌아보고, 숙소의 파란 문을 열었다.
출발 전날에는 아이젝 친구들이 작은 '파티'를 열어주었다. 각자 자기 나라 음식을 만들고 나눠먹었다.
숙소 한 쪽 벽에 붙어있는 코르크판에 작은 쪽지를 써놓고 왔다.
모두에게 고마웠다.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음에 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좋은 경험과 기회를 받았지만, 너무 내 시간만 누리면서
그만큼 더 많은 마음의 소통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날 이른 아침, 타오위안공항으로 이동했다.
타이완을 떠날 때 기분이 어땠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확실하다.
여기까지가 나의 타이완 체류기다. 끝.
후기.
원래 4월까지 타이완 체류기 전체를 완성하려고 했습니다만,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이 겹처서 계획대로 이룰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편은 최대한 정성을 들여 좀 재밌고 울적하게 써보려고 했는데, 입대를 코앞에(3일) 두고 있어서 그런지, 도무지 밝게 쓸 수가 없습니다.
지금 느끼는 내 기분이 듬뿍 담긴 엉망진창 글. 일단 여기서 봉합하고, 준비해놓은 스토리와, 메모들과 사진들을 바탕으로 타이완 체류기 마지막까지 올리고, 제대로 된 마지막 날의 풍경, 제대로 된 후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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