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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 동안 아이폰을 써왔는데, 애플이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첫 아이폰을 샀을 때 주식도 함께 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이따금 했지만, 그것도 결국 지나가는 잡념에 불과했다.



작년 가을, 존경하는 한 후배가 Apple in China라는 책을 추천했다. 참고문헌을 빼고도 600페이지에 가까운 벽돌책이었지만, 나는 일단 샀다. 그리고 한동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두꺼운 책은 그렇게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무심코 첫 장을 펼쳤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감사의 글을 읽고 있었다.

이야기는 스티브 잡스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미국 땅에서 물건을 만들고 싶어했다. 집요하게, 거의 고집스럽게. 그러나 세계는 그의 고집을 비껴갔고, 생산 거점은 서서히 중국으로 이동했다. 폭스콘이 중심이 되었고, 부품과 공정과 사람이 중국 전역에 뿌리를 내렸다. 그 생태계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성장했다. 어느 순간부터 중국의 제조업은 단순히 애플의 설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애플을 키운 손이 애플을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떠나지 못한다. 수십 년에 걸쳐 쌓인 공급망, 숙련된 손길, 그리고 거대한 시장. 그것들이 애플의 다리를 잡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오래전에 읽었던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떠올렸다. 국적 없는 자본이란 없다고 그는 썼다. 가장 글로벌한 기업처럼 보이는 애플이, 실은 '국적 있는 자본'의 한가운데 깊숙이 묶여 있다. 스스로 키워낸 생태계가 이제는 스스로를 향한 역풍이 되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아이러니가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내 일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 더 몰입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업계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내 손을 떠나지 않는 직사각형 하나가 어떤 역사와 힘의 관계 위에 놓여 있는지, 그것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읽을 수 있다. 두께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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