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뉴스를 읽거나 보면서 '연준'을 피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뉴스 바깥, 음모론의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곳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어렵게 느껴져도, ‘미국 달러를 찍어내는 곳’이라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었다.

그런 ‘연준’을 조금 더 알고 싶어 이 책을 집어들었다.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은 단순히 연준이 어떻게 돈을 찍어내는지 설명하는 책이 아니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우리가 매일 피부로 느끼는 불평등과 불안의 뿌리가 어떻게 연준과 얽혀 있는지를 파헤친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이 거대한 흐름을 한 명의 인물 — 토마스 호니그 — 의 시선을 통해 따라간다는 점이었다.

호니그는 2010년,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릴 때 혼자 ‘이건 위험하다’고 말했던 사람.

그의 고독은 이 책을 관통하는 정서처첨 느껴졌다.


읽는 내내 복잡한 경제 이론이나 통계 수치를 억지로 외울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책은 연준(Fed)의 정책이 어떻게 주식시장과 부동산을 끌어올리고, 동시에 보이지 않는 대가를 남겼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 대가는 바로, 갈수록 벌어지는 부의 격차와 위태로운 금융 시스템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양적완화라는 거대한 실험이 ‘단순히 경기를 부양하려는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소수에게만 과실을 돌리고 다수에게 불안을 안겼다는 아이러니였다. 여기서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남긴 말이 떠올랐다.

 

“모든 일은 선의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선의가 언제나 옳은 결과로 이어지는지, 책은 그렇지 않다는 쪽을 바라본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나도 시장 참여자 중 하나였다. 그때 급락과 말도 안 되는 반등을 보인 시장을 기억한다.
나는 급락에만 집중한 나머지 저점 매수의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모든 지표가 얼어붙던 그때, 주가는 거꾸로 치솟았다.
실물 경제는 멈췄는데, 증시는 파티 중이었다.

나는 이해되지 않는 이 흐름이 무서워서, 투자를 망설였고 결국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 시기에 놓친 기회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참 바보 같다고 느꼈다.

 

그때 찍어낸 천문학적인 액수의 화폐는 주가를 올린 연료가 되었다. 연료는 여전히 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다만, 이 흐름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그리고 그 끝은 어떤 모습일지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그 두려움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연준' 이야기는 우리를 그 가운데에 놓고 여전히 결말을 쓰여지고 있다.

‘쉬운 돈’은 없고, 대가 없는 부도 없다.
그리고 그 대가는, 우리의 미래로, 미래로 미루어지고 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