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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미국으로 출국하는날 공항에서 모두 읽게 되었다

 

어느 자리에서 한국 과학문학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더니, 옆에 있던 한 작가님이 이 책을 추천해줬다. 그분은 먼저 “김초엽”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 책을 소개해주었는데, 사실 나도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직접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책은 일곱 편의 중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초반 몇 편은 깊이 없이 ‘쿨병(病)’만 느껴져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첫 작품으로 수록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깃털처럼 가벼운 줄거리가 아쉬웠다. 이어지는 <스펙트럼>의 경우 너무 짧고 급하게 마무리된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이 책을 추천해준 분이 이전에 걸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소개해주신 분이라, 나도 모르게 기대치가 한층 높았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후반부로 갈수록 인상적인 작품들이 나왔다. 특히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무한한 우주를 지배하려는 인류, 그 안에서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 그리고 (어쩌면) 우주보다 무한한 사랑이라는 관계를 잘 엮어낸 점이 마음에 남았다. 다음으로, <관내분실>은 읽고 난 뒤에도 긴 여운이 이어졌다. 페미니즘적 색채가 다소 보이는 작품이지만, 그것만으로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경계할 것은 어디까지나 래디컬한 페미니즘이지, 작품 속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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