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에 볼 게 없다는 건 사실이다. 호기심에 친구들과 디즈니플러스 "버스"에 올라탔지만, 생각보다 심심한 OTT다. 요즘은 가끔 들어가서 썸네일 구경만 하다 나오기 일쑤다 (그래도 ‘그리드’는 봐줬다).
그런 와중에 찾아낸 취향저격 컨텐츠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포스팅한다. 이름하야 '오빌(The Orville)'. 스타트렉을 패러디한 B급 SF 시리즈물이다. 퀄리티가 떨어져서 B급은 아니고, 그런 감성이 있다. 90년대 분위기가 나는 소품이나 연출도 그런 요소 중 하나다.

SF 장르의 황무지인 우리나라에서, 오빌이라는 전혀 의미도 알 수 없는 제목의 미드를 보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디즈니 플러스에 볼 게 없어서였다. 당시 조리원에서 막 집에 온 아기를 돌볼 때라 새벽에도 수시로 밥을 먹여야 했는데, 이때 졸지 않기 위해 뭔가 재밌는 걸 찾았고, 아무거나 켠 게 바로 이 드라마였다.
처음에 보고는 "이거 뭐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큰둥 했다. 그러다 남성만 있는 싱글섹스 외계종족이 알을 품는 장면에서 피식피식 웃게 되고, 나중에는 끅끅 웃기도 했다. 아이가 깰까봐 혀를 깨물면서 웃음을 참은 적도 많다. 그렇다해도 가벼운 웃음으로만 점철된 건 아니고, 묵직한 메세지도 있다. 쓸데없는 ‘PC’를 챙기지 않아도 그런 메세지를 녹여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걸작이다.
최근 읽은 '레드셔츠'란 소설도 오빌을 보지 않았으면 읽지 않았을지 모른다. 오빌 덕분에 장르의 벽이 살짝 무너트릴 수 있었다.
2022년 5월 현재 시즌2까지 공개되어 있고, 오는 6월 2일 미국에서 시즌3가 공개된다고 한다. 한국에도 빨리 넘어오면 좋겠다.
[22년 6월 3일 업데이트 : 어제부터 디즈니플러스에 접속해 시즌3가 풀렸나 보는데 아직이다. 구글링을 해보니 한국과 일본에는 추후 공개 예정이란다. 홍콩이나 동남아 지역에도 시즌3가 올라온 거 같던데 도대체 왜 안 올라오니]
🔽시즌3 트레일러!! (흥행 성공 때문에 B급 감성이 없어지진 않을까 걱정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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