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일상 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빠르다고 불평하기엔 내가 게으른 것이다.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고, 유튜브에 컨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1. 지금 내 차와 함께 한지 9년 차다. 마지막 여자친구와의 첫 만남보다 오래 됐다. 매일매일 운전을 하니까 몰랐는데 이 녀석도 꽤 연식이 되었다. 최근에는 "이러다 워낭소리 찍겠다"는 말도 들었다. 브라운색인 내 차에 딱 어울리는 한마디였다.
지난 주말에 친구가 갓 뽑은 신차를 몰고 나를 보러 와주었다. 차의 겉모습이야 그렇다 쳐도, 편의장치와 보조장치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가장 부러운 기능은 뭐니 뭐니 해도 애플 카플레이가 된다는 점이다(물론 애플 카플레이가 최신 기능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사실 내 차에는 [지니네비]라는 고대 유물이 장착되어 있는데, 버벅거림이 심각하다 못해 자동차 인포시스템을 다운시키는 지경에 이르러서 메모리카드를 빼버린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 마주한 애플 카플레이는 너무 멋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을 아직 보내줄 마음이 안 생긴다. 이제는 아스라다처럼 되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준다. 마치 나에게 말을 해오는 거 같다. 요새 좀 아파 보여서 오늘은 병원에 데려 가볼 참이다.
그나저나 새 차에 선글라스 보관함이 없어진 게 눈에 띄었다. 왜 없어졌지.
2. '1'의 친구가 왔을 때 먹은 우동이다. 분당 야탑역 근처에 있는 '수타우동 겐'이란 곳의 '붓카케 우동'.
이름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하지만, '붓카케(ぶっかけ [打っ掛け])'란 우리말로 '세차게 뿌림'과 '국물을 부은 음식'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세차게 뿌리는 장면만 생각하겠지만 다른 의미도 분명히 있다.
사진의 그릇 아래에 깔려있는 게 우동의 소스인데 여기에 면을 묻혀서 먹는다. 면이 정말 맛있는 집이다. 종종 생각나서 아내와 자주 가고 있다. 동네에 친구가 놀러 오면 데려가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 이 '수타우동 겐'에는 카레우동도 있고, 가츠동 같은 돈부리도 있어서 어떤 맛일지 항상 궁금하다. '이번에 가면 꼭 가츠동을 먹어야지' 또는 '카레우동을 먹어야지'라는 다짐을 하지만 결국 붓카케 우동, 그중에서도 '찌꾸다마붓카케 우동'을 주문하게 된다.
3. 다음은 새로 만난 냉동 에그타르트 이야기다. 전에도 썼지만(링크), 에그타르트를 정말 좋아한다. 지난번에 만난 쿠팡의 에그타르트는 기대를 가볍게 뛰어넘는 대성공이었다. 주말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가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몰려있는 고기 코너를 피해 유제품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요거트는 항상 사는 품목이다). 그때 해산물 냉동고가 시작되는 코너에 처음 보는 냉동 에그타르트가 숨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피코크 마몰로 에그타르트". 외국에서 온 것 같은 비주얼. 역시 멀리서 온 녀석이었다. 무려 에그타르트의 본고장인 포르투갈에서 OEM으로 생산했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건 꼭 사야 했다.
서둘러 집에 돌아와서 에어프라이어를 꺼냈고 두근거리며 마몰로 에그타르트를 넣었다. 포장에 쓰인 대로 180도에서 10분간 데웠다. 10분 뒤, 아주 뜨겁게 데워진 에그타르트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겉모습은 일단 합격이었다. 긴장한 채로 한 입 물었는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물처럼 흐물거리는 필링과 너무 과한 향신료 향이 거슬렸다. 계피향인지 뭔지가 바닐라향을 다 잡아먹은 상태였다. 패스트리는 잘못 구워진 빵처럼 딱딱했다. 나는 마카오의 에그타르트가 본고장인 포르투갈 것과 흡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거라면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마몰로 에그타르트는 한 박스에 12개가 들어있는데, 10개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걸 당근에 올릴 수도 없고, 처치곤란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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