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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간 스타벅스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은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만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안내된 날짜가 지난 후에는 종이빨대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언론에서도 소소하게 다뤘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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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스타벅스에 몇 번인가 갔지만, 따뜻한 음료만 마시는 인간이라서 빨대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값 싼 플라스틱 빨대와 다르게 종이 빨대는 바리스타가 음료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 원래 커피와 사랑은 뜨겁게.라고...


오늘 드디어 스타벅스 종이빨대와 조우하게 되었는데, 아내와 함께 간 집 앞의 스타벅스에서 불현듯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연말을 맞춰 올해 받았던 기프티콘들을 소진중이다...).


스타벅스 종이빨대. 종이로 개별포장 되어 있다.


포장을 벗긴 종이빨대. 뒤에 케이크는 '쿠앤크 카라멜 케익'. 아주 베리 매우 맛있었다.


두둥.

스타벅스 종이빨대와 첫 대면이다.

표면은 어떤 인쇄나 염색도 없이 하얀색이다. 색깔로 봐서는 버진펄프가 사용된 것 같다. 이점은 합격 드립니다.

식품용은 버진펄프가 사용되는게 기본이다. 우유팩이나 도시락케이스가 하얀색인 이유도 버진펄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버진펄프에도 등급이 있긴 하지만, 스타벅스에서는 깨끗한 원료를 사용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하튼 스타벅스 빨대 유의 초록색을 과감히 포기한거 같아서 힘든 의사결정 과정이 있지 않았을까, 마음대로 생각해본다.


반대편에는 리사이클펄프가 있다. 흔히 '폐지'라고도 부르는 재활용 종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폐기물이 섞여있는지 모르기에 식품용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수입 재활용 펄프는, 극단적인 경우에, 시체 일부가 섞여오기도 한다). 그런 원료로 만든 거라면 입으로 물기 싫다.



종이빨대의 두께는 생각보다 얇았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1시간 30분 가량 있었고, 그 동안 이 빨대는 줄곧 음료속에 담가져 있었다. 

얇아서 강도 유지가 될지 약간 의심스럽기도 했는데, 무난히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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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얼마 전에,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처음 냈을 때였나?, 읽은 어느 기사에서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해서 실소한 적이 있었다.

- 종이빨대에서 종이 맛이 난다

- 종이빨대를 깨물었더니 흐물흐물 해진다


종이빨대니까 당연히 종이 맛이 약간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흡연중에도 종이맛은 난다.

플라스틱도 이로 깨물면 구멍이 나서 음료보다 공기가 빨려들어온다.


이따위 수준의 기자라면 미래가 어둡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종이빨대를 따뜻한 음료에 넣고 형태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시험한게 있었다.

그런데 빨대는 원래 찬음료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도 뜨거운 커피에 넣으면 녹아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녹아난 플라스틱이 몸속에 들어가서는 정자를 말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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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 종이빨대 외에도 나름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신경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 들어, 케익을 매장에서 먹으면 스테인레스 포크가 기본으로 제공되지만, 이날은 그것이 준비가 안 됐다며 일회용 포크라도 괜찮은지 우리의 양해를 구했다. 이건 그 직원의 사려 깊음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놀란 부분이다.


그렇게 받은 일회용 포크도 이전과 다르게 종이로 포장되어 있었다. 원래는 비닐로 포장되었던 것이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포크의 포장지 안쪽에는 PE코팅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세모 드립니다.

플라스틱계열인 PE코팅을 적용한 종이포장지는 재활용이 불가해 일반쓰레기로 소각이나 매립되어야 한다. 종이컵이 재활용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PE코팅을 완전 대체할 수 있는 미네럴코팅이 내년 한국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적극적으로 사용되길 바란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컵도 뭔가 달라졌다. 몰라보게 예뻐져서 집에 가져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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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종이빨대 관련 포스팅을 했을때, 한국에서도 종이빨대가 빨리 사용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때 스타벅스가 선도하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거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이제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고, 또 그 이상으로 디테일한 부분에서 쓰레기 줄이기에 신경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건 대중의 칭찬이 아깝지 않은 부분이다.


한편, 스타벅스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라는 생각도 일견 든다. 왜냐하면 이것은 결국 비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종이빨대의 단가는 약 30~40원 정도[각주:1]로 보이는데, 같은 구성의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3~5배 비싼 것이다. 이정도 비용을 '동네카페'에서 선뜻 도입하기는 힘들 것 같다. 


쓰레기 줄이기 차원에서 플라스틱빨대를 종이빨대로 바꾸는 것은 겨우 일부분이겠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어보고 싶다. 우리는 정말 너무 많은 '영구적'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움직임을 '오너의 철학'이라는 영역에만 맡겨둔다면 과연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까?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준비 없이는 가장 근본적인 생산업체들(예를 들어 종이공장)의 호응도 얻지 못하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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