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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초에서 뜻밖에 발견한 중화요리 맛집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아무렇게나 들어간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식당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모리하치(森八)'란 간판의 화과자집이 있었는데, 본가에 가져갈 선물로 양갱과 구운과자를 조금 구입해 봤다. 1625년에 창업한 곳이라고 하니까, 게다가 기모노를 입고 일하는 점원들을 보고는 기본은 하리라 믿고 사봤다. 일본풍 용 그림이 인쇄된 종이봉투가 인상적이라서 선물하기에 손색없는 느낌. 나중에 집에 듣기로는 맛도 좋았다고 했다.

구글맵 캡쳐 / Tokyo, Chiyoda City, Kanda Jinbocho, 1 Chome-13-3

 
 
진보초는 처음이었는데, 중고서점이 모여있었다. 오래된 잡지라던가, 만화책이 잘 포장되어 있기도 했는데 괜히 소유욕이 샘솟는 것들도 있었다. 이곳이 꽤 유명한 중고책거리라고는 나중에 알게 됐다. 중고 음반도 있어서 온갖 LP도 구경하기 좋았다.



구단시타역에서 전철을 타고 오모테산도에 내렸다. 우리에게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오랜만에 온 도쿄에서 공기를 즐기고 싶어서 찾아온 곳이다. 일요일의 시부야는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오버투어리즘을 머리끝에서 발톱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

 

에르메스 가방의 재료로 악어가죽이 쓰이는 데 반대하는 동물단체의 시위현장. 매장에 들어가는 데 괜히 미안했다. 에르메스 오모테산도

 
길 가다가 에르메스가 보여서, 카드케이스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한번 기웃거리기도 하고 (물론 지갑류는 없었다),

친구가 가보고 싶어 한 노스페이스 매장도 둘러봤다. 뭔가 나는 납득할 수 없는 가격대였는데 사람은 정말 많았다.


뜻밖에 발견은 '그라니프(graniph)'라는 브랜드였다. 친구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시간에 쫓겨서 키즈 옷만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른 옷도 시간을 들여 구경했을 것이다. 이곳의 유아 옷은 특이하게도 남아와 여아 구분이 되어있지 않았다(내가 방문한 지점만 그런 걸지도 모른다). 누가 입어도 귀여울 것 같은 옷이 많았다.

 

메이지진구

 
길을 따라 걸으니 하라주쿠역 앞이었다. 그 바로 근처의 메이지신궁도 잠깐 걸어 들어가 봤다. 엄청난 고목들이 길가에 줄지어 서있었는데, 어떻게 도쿄대공습을 피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고목들 때문인지 도심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비현실적인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번도 안 가봤다면 가볼 만하다.

Shibuya Arrow Project가 뭔가요

 
계속계속 걸어서 시부야까지 왔다.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스크램블 교차로는 이번에도 못 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시부야역에 닿았을 때는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해서 슬슬 예약해 둔 식당에 가야 했다. 
친구의 추천으로 한국에서부터 미리 예약해 둔 야키토리집 '잇세키'는 기타산도역 부근에 위치해서 시부야역에서는 후쿠토신선을 타고 두 정거장 거리에 있었다. 그나저나, 식당예약을 구글맵의 채팅 기능으로 할 수 있다는 데 놀라웠다. 전화나 이메일만으로 예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숯불꼬치구이 잇세키 <Sumibi Kushiyaki Isseki>. 東京都渋谷区千駄ヶ谷 4-4-13  예약은 구글맵 앱의 채팅 기능으로 했다.

 
보통 야키토리집은 연기 자욱하고, 외부인은 어울리기 힘든 분위기가 많았는데 여기는 우드톤의 모던한 인테리어 덕분에 커플이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유아와 함께 온 유러피언도 두 테이블 정도 있었는데, 확실히 보통 야키토리집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닭가슴살...이었나? 부위와 상관 없이 입에서 녹았다.

 
일단 야키토리 코스 (1,500엔)와 연어(300엔), 스모크치즈(400엔)와 닭고기히츠마부시(650엔)로 먹부림을 했다. 알코올은 가볍게 하이볼 몇 잔.
 
서비스도 좋았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무거운 배를 부여잡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살기 위해선 좀 걸어야 했다. 요요기 역을 지나서 신주쿠역까지 걸어갔다. 꽤 많이 걸었는데도 배가 불렀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소화능력의 저하다.
 

편의점에서도 무인양품 문방구를 팔고 있었다.

 
신주쿠 쪽에 와서는 근처 돈키호테를 둘러보고 사람도 구경하다가 시간이 늦어졌다. 요즘 느끼는 또 하나의 변화는 체력저하인데, 밤 10시가 넘어가면 잠이 온다. 일행들과는 여기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왼손잡이용 연습 젓가락과 프라레일 칫솔

 

그라니프 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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