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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취향저격을 당했다. 제목만 알고 있던 라쇼몬은 왜 이제 읽었나 싶을 정도로 마에 든 책이었다. 저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일본의 근대 소설가인 아쿠타가와는 1892년에 출생하고 1927년, 35살에 요절했다. 더 오래 살았다면 아마 빛나는 글을 더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목 ‘라쇼몬’은 책에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을 차용한 것인데, 아마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이름이라 그런게 아닐까싶다.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도 1950년작 자기 영화에 ‘라쇼몽’이란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영화의 내용은 ’라쇼몽‘과 ’덤불 속‘ 두 작품의 스토리라고 한다).

러시아의 단편도 좋아하지만, 일본의 단편은 그와 다른 맛이 있다. 우리말과 비슷한 문장 구조를 가진 탓인지 아니면 공유된 문화가 많아서인지 더 마음으로 이해하는 건 일본 쪽이다. 특히 갑자기 마주한 서양식 근대를 받아들이는 등장인물이 여러 편에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

이 책에서 “거미줄”과 “두자춘”이 가장 맘에 들었는데 알고보니 어린이용 작품으로 쓰였던 거라 한다. 이렇게 나의 정신연령이 드러났다. “거미줄”에서는 신(부처님)이 어지간해서는 기회를 한 번은 준다는 것과 그 기회를 자기가 잘나서 얻은 거라고 오만을 떨면 모두 잃는 다는 것 등의 메세지가 명료해서 좋았다. 두자춘은 당나라 찻빛 풍경에서 펼쳐지는 초현실적인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깔끔한 결말도 취향.

그외에도 “묘한 이야기”, “다네코의 우울”, “흙 한 덩이”,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덤불 속“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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