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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꼭 봐야겠다'고 했던 영화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번에 본 '암살'도 그 중 하나였다. 상영기간에 광복절도 끼어있어서 흥행에 큰 행운도 함께 한 것 같다. 정치인들도 이 영화를 보는 게 광복절 연휴의 필수코스였다고 하니 말이다. 8월 24일 아침 기준으로 이 영화가 역대 흥행순위 10위에 올랐다고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관람객은 변호인의 기록을 제쳤고, 이제 약 1천145만명 동원이라는 '해운대'의 기록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나는 지난 주말에서야 암살의 관객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이미 이 영화가 재밌었다는 평을 많이 들은 터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오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고, 나는 "만족" 상태로 극장문을 나오게 되었다.

  

주변의 호의적인 감상평 외에도 이 영화가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일제강점기가 흥미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그 시기가 배경인 영화를 자주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라는 매체의 기능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그것이 국가의 '우월함'이나 '자랑'이라는 기능이 중요하다면 대한민국에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가 희귀하게 된 이유라고 하기에 무리가 없다. 특히나 한국사회는 한국이 세계 최고라는 생각과 선진국에 대한 열등감이 혼합된 독특한 국가관이 있어 일제강점기는 더더욱 감춰야 할 시기가 되는 것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의 상황은 다른데, 특별히 중국은 당시 승전국이었기 때문에 더욱 이 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가 많은 것 같다. 지속적으로 승전의 시기를 상기시킴으로써 정권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것처럼. 공리 주연의 '붉은수수밭', 탕웨이의 '색,계', 최근의 '태평륜'등의 작품들이 인상깊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는 끝까지 자주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했고, 해방 후에도 비정상적인 국가였기 때문에 중국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암살'은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 한편, 한국에서 드러내지 않는 위인 김원봉 선생을 등장시킨 점이 인상 깊었다. 역할의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무게감 있는 배우에게 역할을 맡겨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실재했던 인물을 재조명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점이 이 영화의 부족한 구멍들을 막아주고 오히려 가치를 더해주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왜곡된 부분은 결말부분이 아닐까 한다. 반민특위에서 친일경찰이 무죄로 풀려나는 장면말이다. 그는 법정을 나온 후 암살되는데, 화려한 서울에서 무너진 담벼락 너머에 허허벌판으로 '쫓겨난' 그의 뒷모습이 관객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런 친일경찰들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혹은 일본군 장교가 정치를 한다거나. 팩트였어야할 장면이 픽션이란 점이 경멸스럽다. 친일청산은 영화속에서나 가능한가? 이런 생각을 들게하는 불편함이 유익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속편이 나온다면 '하와이피스톨(하정우役)'이 상해에 오기 전까지의 스토리를 삼아주시길. 등장 전의 스토리가 궁금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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