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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38개국에 2078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패션 브랜드 H&M
고향은 스웨덴.
어쩐지 매장 안내판에서 본 한국 지사장 이름이 어딘가 특이했다. Hans Andersson
H&M이 명동에 1호점을 준비할 때가 생각난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 초입에 위치한 눈스퀘어 한 면에 스캐폴딩을 세우고 그 겉은 위의 로고가 크게 새겨진 막으로 가렸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패스트패션의 도래를 기대했으리라. 오픈 당일에는 입장하기 위해 꽤 긴 줄을 서야 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 걸음 안 떨어진 명동 저쪽에 2호점이 들어왔고, 현재도 점차 국내 사업을 확장중이다.
지금도 사람으로 꽉 찬 매장은 들어가기 망설여진다. 다른 사람의 신체에 부딪히는게 싫다. 무엇보다 H&M이나 유니클로같은, 소위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전에 느끼던 긍정적인 감정이 약해지고 있다.
이 포스팅은 H&M에 포커스를 맞추도록 하겠다.
H&M은 착한 기업일까. 그들은 매년 자신있게 '지속 가능성 보고서'(Sustainable Report)를 발행한다. 그 보고서를 보면 자신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린이 노동 금지(ban on child labour), 노동자 인권 등 국제노동기구와 UN이 정한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토대로 운영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의심스럽다. 그 이유는 H&M의 티셔츠 가격이 10년째 변함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가격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면 가장 손쉽게 조정 가능한 생산요소인 노동자의 임금이나 처우를 먼저 의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01년 뉴질랜드에서 1 달러로 파이 하나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두 배 이상을 줘야 한다. 우리나라도 10년 동안 쌀, 전기, 아이스크림, 과자 등 말 그대로 모든 것의 가격이 올랐다. 심지어 기상이변으로 H&M 티셔츠의 원재료인 면화마저 가격이 40 센트에서 1 유로로 두 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Die Zeit) 하지만 H&M의 티셔츠 가격은 변함이 없다.
원자재 값이 올랐다. 하지만 제품 가격은 변함이 없다. '가장 낮은 가격에 품질도 좋고 유행에도 뒤처지지 않는 상품을 생산한다'는 모토 아래 H&M의 공장에서 기적을 만들어 내는 건지 생각해본다. H&M 티셔츠의 원산지는 방글라데시라고 적혀있다. 막상 그곳에 H&M의 공장은 없다.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중국이든, 캄보디아든 어디든 값이 싸면 제품을 주문한다(이코노미 인사이트).
이쯤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제3세계 노동착취가 한 층 더 의심된다. 이코노미 인사이트의 리포트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존엄성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라고 한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아껴야 생산 목표를 맞출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관리자의 '호통' 소리가 들린다. "물론 구타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H&M 행동강령'이 발효되면서 나아진 점이기는 하다"지만.
이로써 H&M은 자신들이 노동자 인권을 존중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임금은? 그들의 임금은 초과수당 등을 겨우 합해 하루에 1.18유로다. 이는 노동자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지 않아야 한다는 유일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충격적이다. 이것은 19세기 독일 재봉사 수준이라고 한다. 즉, 19세기 수준의 생산원가가 있었기에 H&M은 지금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상 방글라데시에서조차 하루 1유로로 생활하기 어렵다고 하며, 그들은 저 돈의 대부분을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보내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은 발전이 없거나 후퇴하고 있다.
심화되는 기후변화로 날씨는 점점 더 혹독해질 것이고, 결국 농작물인 면화의 가격도 오르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면화 값이 오른다면 H&M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현재의 가격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을 더 쥐여 짤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할지.
이 시점에 생각나는 2000년대에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 The Corporation에 비친 제3 세계 공장의 조업현장은 충격적이었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그 영화가 나왔을 때보다 많이 개선됐으리라고 믿어본다. 그렇지만 고전적인 의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전히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임금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낮고, 그들은 돈이 부족해서 꼭 필요한 의료지원도 받기 힘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H&M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스스로 착하다고 선전해도 결국 그들을 그곳에 머물게 하는 건 현지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이고, 원자잿값 폭등이나, 임금 폭등, 혹은 사회 불안정 등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끼칠만한 사건들이 일어난다면 아마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임금이 더 싼 곳으로 옮겨갈 것이다. 제3 세계 빈곤해소와 노동자의 존엄성 보장은 아직 먼 일 같다.
이것을 기업들의 문제만으로 돌리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들이 제품 단가를 낮추려고 온 노력을 쏟는 이유는 결국 소비자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나도 유니클로에 처음 갔을 때 싼 가격과 빈틈없는 품질에 놀랐고, 이것은 제품구매로 이어졌다. 그 순간에도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은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티셔츠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 방글라데시의 상황을 알았더라면 내 태도가 달라졌을까? 몰랐다고 하기도 민망하다. 내 전공은 국제경영으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토론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낮은 가격은 나쁜 소비자인 나를 쉽게 움직였다. 물리적으로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인간은 감정이 무뎌지게 마련이다.
만약 소비자들이 제3세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1 만 원에 팔리는 티셔츠를 2~3 만 원을 주고도 사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높아진 가격만큼 이윤을 높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그대로 두는 비윤리적 기업도 있겠지만 대체로 노동자들의 생활 환경은 좀 더 개선되지 않을까. 착한 기업보다 착한 소비자가 먼저돼야 하지 않을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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