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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하루키 신작을 사는 건 하나의 의식처럼 되어버렸다.

그의 신작이 손에 들어오면 읽던 책은 재쳐두고 먼저 읽게 된다. 책을 먹어치운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지금의 하루키는 20대 초반에 만난 하루키와 분명 다른 느낌이다. 이전에는 하루키라는 명성이나 소설의 내용 때문인지, 아니면 그 속에 묘사된 '유두의 모양' 때문인지 수심 깊은 수영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기분이었다면, 지금 읽는 하루키는 무릎까지 오는 어린이풀에 들어간 느낌이다. 갑자기 메타포가 튀어나오고 시공간이 뒤바뀌어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는 그때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재밌다. 하루키 문학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이 있다. 하지만, 감자튀김이 몸에 안 좋다고 찐감자만 먹을 수는 없는 법이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이전 하루키 소설에서 사용되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차원을 넘나드는' 내러티브가 녹아있다. 익숙한 땅굴과 공기. 말이 없는 소녀와 상실. 그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수 차례 밝힌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오마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러가지 음악도 빠질 수 없다. 작가가 스토리를 통해 친절히 알려주는 음악을 제목대로 능력껏 찾아 들으며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재밌다. 

4/5


돈조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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