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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저녁, 어린이날 캠페인을 도와달라는 앰네스티 내 한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캠페인 장소인 세종로 사거리로 향했다. 아직 한가했던 오전 10시의 광화문 광장. 공기는 따스했고 하늘에는 약간 무거운 구름이 껴있었다. 광화문 광장을 셀 수 없이 많이 봤지만 아직 저 '대로 위의 섬'에는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아직 이런 느낌으로 한가했다.

인턴 생활 끝나고 다시 보는 앰네스티 간판. 앞으로 몇 번은 더 볼 수 있겠지.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서울의 똥'이 보인다. 

아무 이유도, 감동도 없는 세종로 사거리 막샷.

앰네스티는 어린이날을 맞아 '우리는 장난감 총보다 책이 더 좋아요'라는 제목으로 장난감 총이나 칼을 책으로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500원짜리 물총을 가져와도 정가 9,800원의 책으로 바꿔주는 빅딜.

캠페인이 본격 시작된 후 나는 풍선 불기를 맡아 정신 없이 풍선을 불었다. 내가 분건 아니고, 헬륨 가스로 '삑 - 삑' 공기를 채웠다. 이 작업이 어떤 느낌인지 전해지길... 처음에는 풍선이 나름대로 뾰족한 가스 분출구에 찔려 터지지는 않을까, 가스가 충만해져 터지는 건 아닐까 고민이 많았는데 하다보니 나름 속도도 붙고 재밌었다. 친구들이 와서 원하는 풍선 색깔을 고를 수 있게 센스도 발휘했다.

뒤 늦게 앰네스티에서 퍼 온 사진



풍선을 불며 '오빠 (형 포함)' 세 번 듣고, '아저씨' 세 번 들었다. 나는 이제 기로에 섰다.

실험정신 발동해서 헬륨을 마셔봤다.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꽤 많이 마셔야 변한다더라. 정신 없이 풍선 서비스를 하는데 헬륨 가스가 다 떨어졌다. 노하우가 생기고 분업이 이루어지니까 가스가 거덜났다. 아쉬웠지만 여기까지. 열심히 풍선 서비스를 하는 도중에 남은 사진이 없다니 약간 아쉽.

정신을 차리고 다시 세종로 사거리를 봤다.

어느새 모인 사람들. '대로위의 섬'은 사람으로 만원이었다. 바글바글. 더 이상 알맞는 형용사는 없을 것이다. 마침 구름이 거치고 햇빛이 나서 더 들뜬 사람들. 여름이 왔다. 초여름이다. 그렇게 느꼈다.

반대편 청계천 쪽에서는 하얀 리무진 한 대가 튀어나왔다. 한국에서 저런 리무진을 보게 되다니 좀 놀랐다. 물론 대통령 의전용이 있기는 하지만 저런 파티용 리무진은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데(아닌가?)라는 생각. 멀리서 잡아 보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저 안에 누가 탔을까, 무슨 짓을 할까. 나도 같은 차를 타봤지만, 내가 탔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니면 내가 저 안에 있을 때, 밖에 있던 누군가도 같은 생각을 했을까.

가까이에선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한 집회도 있었다. 이 분들, 구호도 외치고, 노래도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집회를 진행했다. 미안하지만, 이 분들이 어떤 일로 집회를 했는지 잘은 몰랐다. 궁금해서 따로 찾아봤다. 궁금함을 유발하는 것은 집회의 힘 중 하나.

오랜만에 '생계형빈민포크날품팔이 단편선'씨도 이 집회에서 보게되었다. 이 분은 우리가 주관했던 지난 904차 위안부 수요집회에도 오셔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주셨었다.

저쪽에서는 일인시위가 있었다(일인시위가 아닐 수도 있지만). 평화로운 주장


다시 앰네스티 캠페인이다.

역시 어린이날의 주인공은 어린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진. 왠지는 모르겠다.



앰네스티에서 책 교환과 풍선과 더불어 진행했던 페이스 패인팅. 좋은 반응. 줄이 너무 길어서 줄 정리도 필요했다. 특히 '완전무료'여서 그런지 줄이 줄지 않았다. 엄마아빠-friendly 캠페인이었다.

마무리 할 즈음 나타난 말. 시선 집중.

문화 공연인가 보다. 속으로 '우와 이런 것도 하네, 어린이날이라 하는 건가'라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데 옆으로 지나가던 여고생들이 목소리 높여 한마디 했다 '아 이거 맨날 봐서 지겹다야'.....

아 이거 매일 하는 거군요...

그나저나 학생들... 아저씨들 들으시겠어요.라고 소심하게 속으로 외쳤다.
아저씨들, 저는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앰네스티 어린이날 캠페인은 내년을 기약하며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홍보가 많이 안됐는지 중점 캠페인이었던 책교환은 저조했다.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캠페인 옆을 지나가던 여러 부모님들도 '집에 총 많은데 좀 가져올걸'이라 하며 많이 아쉬워했다. 그래도 그 분들께 이 캠페인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오늘 남은 아쉬움만큼 내년에는 더 활발한 캠페인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2000년 이래 처음 어린이날을 지냈다. 그때는 아직 어린이날 선물을 받던 때라 오늘이 낯설게 느껴졌다. 완전히 새로운 '날'을 맞은 느낌이었다. 이제는 좀 성장한 위치에서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라는 어린이날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과연 이 곳은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인가?

적어도 오늘 나와 이야기를 나눈 아이들이라도 행복할 수 있도록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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