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미국 / 뉴욕 세 번째.



정신없이 자고, 또 너무 일찍 일어났다. 

밤새 켜져있던 TV에선 어느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난도질사건이.


채널을 바꿔 오늘의 날씨를 봤다.
아침에 흐리고 비가 오다가 12시쯤엔 맑아진다....라는 예보. 

어느 나라의 일기예보든지 100% 믿을 수는 없어서, 조금 도박을 했다. 

자유의 여신상 티켓을 아침 일찍 확보하고 다른 곳을 구경하다가 맑아지면 느긋하게 여신상을 보러가자고 생각했다. 

나는 비 맞는게 너무 싫은 인간이다.



뉴욕 지하철을 처음 타보기로 하고, 센트럴터미널로 향했다.

지하 1층에 있는 것 같은 뉴욕 지하철. 

지면과 멀지 않아서 길을 걷다 보면 발 밑으로 진동이 느껴지거나, 

'쿠궁 쿠궁'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도 한다. 

옛날에 만들어져서 그런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건 좀 의외였다.



때마침 출근 시간이라 열차는 사람으로 꽉 차있었다. 

나는 지갑을 꼭잡고 틈바구니속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몇 정거장을 지나서 'Battery Pl/West St'라는 역에서 내려 자유의 여신상 페리 티켓을 사러 갔다. 

시간은 8시반 정도였다. 문제 없이 티켓 확보.


이후 근처에 있는 '월 스트리트 (Wall Street)'로 갔다. 


월 스트리트 가는 길.



그 유명한 거리에 들어서자 뉴욕증권거래소가 나타났다. 

고대로마 건물에 성조기를 딱 걸어놓은 것 같은 느낌. 



너무 쉽게, 별 노력없이 책에서만 보던 랜드마크를 마주치자 조금 허무했다.


사실 이번 여행 중에 그런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았었다.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하지만, 막상 걷다보면 그것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그런 랜드마크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터전인 만큼, 찾기 쉬운 곳, 가기 쉬운 곳에 있는 게 당연한 것 같다. 좀 모험적인 여행을 하고싶은 사람에게 뉴욕시티는 절대 노노다.


다음은 Federal Hall 앞에 위풍당당 조지 워싱턴 동상.

사진에 보이는 관광객들은 모두 유러피언이었다. 

이 전날에도 그렇고, 유럽 관광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길바닥에 동양인이 나뿐이라 뉴욕 현지인인줄 알았던 걸까? 

어색한 유럽식 영어발음으로 내게 'Do you live here?'라고 묻는 그들. 

나는 'No~♡'라고 대답하는, 그저 잠이 없는 동양인 관광객이다.






미국 금융 박물관 (Museum of American Finance) 한쪽에서 매초 업데이트되는 미국 국채 총액. 

자랑할 게 참 많은 나라다. 미국 만세. 전세계 경제위기 만세. 전세계 빈부격차 만세.




일기예보 도박은 좋은 도박이었다. 

Wall St를 떠나자 비가 멈추고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기에 다른 곳을 먼저 가기로 했다.


몇 블록을 걸어 도착한 이곳은 One World Trade Centre & Ground Zero. 흔히 그라운드제로라고들 한다. 

2001년 9월 11일 새벽까지만 해도 쌍둥이타워로 불렸던 세계무역센터가 서있던 곳. 

중딩 시절 TV를 통해 본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또 얼마 안 된 일 같지만 이미 역사가 된지 오래.

그 후로 완전히 변한 그곳은 지금 이런 풍경이다. 


좋은 건물이겠지만, 미안. 내 눈에는 좀많이 묘비같이 보였다.




구글 지도에서 재밌는 점을 발견했는데, 이 새로운 건물에 'US Defense Department'가 입주해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군사기지로 등록된 이 입주사 덕분에 누구든지 이 건물에 또 비행기를 들이박거나, 

획기적으로 무슨 짓을 하면 그건 미국에 대한 공격이고 '전쟁이야'. 

누가 더 무서운지 나는 모르겠다...



아래의 거대한 구멍 뚫린 수영장같은 곳은 원래 쌍둥이타워 중 하나가 있던 자리로,

각 빌딩이 있던 자리에 똑같이 조성되었다.  이곳이 곧 그라운드 제로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정말 끝이 안 보이는 심연을 만들었다. 


이것이 미국의 스케일인 것이다. 중국의 스케일과는 다른 그것.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다보면 '심연(深淵)' 즉 '깊은 못'이란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영어로 abyss?). 

소설에서는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한 메타포로서 쓰였겠지만 어쨌든 비주얼한 리퍼런스가 있어야 연상하기 쉬운 법. 

나는 이 그라운드제로가 딱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빨려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너무 깊어서 그 깊이나 끝을 알 수 없는 그곳.




그라운드제로의 난간을 따라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이 음각으로 새겨져 기억되고 있다.

어쩐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이곳의 의식처럼 그 이름들 위에 손가락을 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뒤따르는 많은 생각들. 


2001년 9월 11일은 여전히 생생하다. 우리의 새로운 밀레니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후후~ 날씨가 점점 더 좋아졌다.

자유의 여신상 티켓은 미리 준비완료.

가벼운 마음으로 페리 선착장까지 걸어갔다. 


아래 사진은 막 떠나는 페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페리는 시내-자유의 여신상-엘리스섬 등 아주 짧은 거리를 운항하는 배였지만, 

선착장을 떠나면서 구명조끼 위치와 사용방법이 상세히 방송되었다.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존중/대비. 이것이 기본이고 선진국의 자세다. 

열등한 는 분발해야 한다.




막 선착장을 떠난 페리에서 바라 본 새로운 World Trade Center.




자유의 여신상. 막 앞으로 걸어나갈듯이 서있다.



지구상 제일 유명한 동상 중 하나.




페리가 정박하러 가는 길에서 찍은 여신상은 '타이타닉'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여주인공 로즈가 바다에서 구조되어 뉴욕으로 들어오는 길에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본 자유의 여신상.


여기서부터는 크게 기억나는 게 없다. 다리가 아파서 엘리스섬 박물관은 점프.



시내로 돌아와서 지하철을 타고 윗쪽으로 올라갔다.

역이름만 보고 간 곳이다 - Times Square.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다는 이 관광명소는 나에게...

큰 감흥이 없었다. 그냥 큰 길이다.



서둘러 MoMA로 향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여기를 반드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내 한 가운데 정말 노른자땅에 거대한 미술관.


여기서 반 고흐를 다시 만난다.


안녕하세요 반 고흐?




피카소씨도 있었군요.




수퍼마켓.




이런저런 사이 태양이 지고 있었다...



반응형

'Bon Voyage > 미국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방문기 New York. Part 4  (2) 2014.05.08
미국방문기 막간 과거사진  (0) 2014.04.25
미국방문기 New York. Part 2  (1) 2014.04.20
미국방문기 New York. Part 1  (4) 2014.04.17
미국방문기 Savannah ~ Atlanta  (4) 2014.04.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