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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로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쓰자면, '남산의 부장들' 이후로 처음 본 영화는 '브로커'였다.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등이 출연했고, 최근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매우 유명한 영화가 되었다.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에서도 '어느 가족'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의 작품을 통해 유명하다. 얼마 전 집에서 본 '걸어도 걸어도'란 영화도 그의 작품이었다. 유명하지만, 그의 영화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특유의 느리고 잔잔한 템포가 나에겐 좀 버거운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깊이 생각해보고 관람을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끄게 되거나, 잠에 들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같은 이유로 '브로커'는 극장에서 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한 모임을 통해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모임장님이 나눠준 포토티켓

 

상술한 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인 만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관람을 시작했다.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 '재미'의 측면에서는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웃음 포인트도 적당히 있었다. 그런데 극장을 나와서 영화를 곱씹어보니 그 웃음의 밑바닥에 좀 씁쓸한 한국의 맛이 깔려 있었다. 비비고의 맛이었다. 같이 관람한 '영화 전문가' 분은 이 영화에 CJ물이 많이 묻었다며 그들의 입맛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의한다. 중간에 갑자기 등장하는 코믹씬은 이 영화를 흡사 '응답하라' 시리즈의 한 편처럼 만들어버렸다. 고레에다 감독이 만약 그런 배우들의 과거 작품을 모르고 CJ에서 제안한 대로 출연시켰다면 감독이 불쌍하다는 평도 있었는데 이 역시 동의한다. 그런 점이 불편하지 않다면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중에선)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재미의 측면에서 벗어나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또 다른 영역이다. 이 영화의 코어 메시지는 '생명은 소중하다'였던 것 같다. 출산과 낙태 그리고 입양이란 주제는 이 영화의 메시지에 도달하기 위한 장치로써 사용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뱃속의 아기는 낳는 게 옳은가. 그렇게 낳아진 아이라도 반드시 엄마가 키우는 게 옳은가. 모성애는 출산으로 인해 생성되는가, 아니면 정으로 이어지는 것인가. 여기서 이 감독의 전작들을 봤다면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일관됨을 알 수 있다. 특히 '엄마와 모성애' 부분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보았던 것과 거의 같다. 마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거울을 갖다 대면 '브로커'가 보일 듯이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브로커에서는 관객을 향한 목소리가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함께 관람한 분들은 등장인물들의 범죄행위가 이전 작품의 절도 등에 비하면 너무 중대했기 때문에 몰입할 수 없었다거나, (또) CJ 물이 너무 묻어서 그렇다거나, 언어 표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나눴다. 마지막엔 고레에다 감독이 이 영화를 굳이 한국에서 촬영하지 않고, 일본에서 일본인 배우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면 더 나은 결과물이 나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아이유가 "좋은 아침"이란 인사말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고 작품은 아니란 것에 동의한다. 또한 송강호 배우의 최고작이 아님에도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업적을 이뤘다는 점이 대단하다. 한편, 더 좋은 영화로 같은 상을 수상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인트로에 '브로커'라는 제목이 오버로크 효과를 준 폰트로 나타났다. 그 폰트는 송강호의 직업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한 가닥 실은 약하지만, 그것을 여러 가닥으로 묶으면 강하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거 같기도 했다. 마치 한 사람은 약하나 가족은 강하다는 뜻처럼 말이다.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다. 군대에서 동료 병사들의 (가끔은 간부들의) 옷에 오버로크를 쳐주면서 휴가를 벌었던 옛 일이 생각나서 그 인트로가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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