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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환경성과지수(이하 EPI)가 발표됐다. 2018년 EPI에 관한 포스팅(링크)을 했었는데 그때와 차이점들이 보인다. 

 

 

2018년 평가와 비교하여 정책목표(Policy Objectives)는 동일하게 '환경적 보건'과 '생태계 활력' 두 가지로 구성되었지만, 하위 분야는 2018년의 10개에서 11개로, 세부 항목은 24개에서 32개로 변경되었다. 이 구성은 보고서가 작성되는 시기에 맞는 이슈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매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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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적 보건 아래 '수질(Water Quality)' 분야가 '위생과 음용수(Sanitation & Drinking water)'로 바뀌고, '폐기물 관리(Waste Management)'가 더해졌다. 생태계 활력에서는 '삼림(Forests)'이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로 변경되었고, '기후와 에너지' 분야는 '기후변화'로 바뀌었다. 또, '대기 오염(Air pollution)' 분야는 '오염 배출(Pollution Emissions)'로 변경되었다. 이하 세부 항목의 변화도 많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줄인다. 각각의 비중도 변동이 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PM2.5, 즉 미세먼지 항목이었는데, 초과율(Exceedance)과 노출도(Exposure)로 나눠졌던 것이 노출도로 통합되면서 비중이 커졌다.

 

생태계 서비스 분야는 이번에 새로 추가되었다. 이는 탄소 격리 및 저장,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영양소 순환, 연안 보호 등 생태계가 인간과 환경의 안녕과 서비스(혜택?)를 평가한다. 이를 위해 삼림면적 손실과 이번에 새로 시도하는(pilot) 지표인 초원 손실과 습지 손실이 평가항목에 들어왔다.

 

평가항목이 달라졌기 때문에 국가들의 EPI 점수와 순위 변동이 큰 의미는 없겠다. 그렇지만 재미로 비교하자면 2018년 평가에서 1위였던 스위스는 이번에 3위로 내려가고, 그 자리에 덴마크가 올랐다. 덴마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았다. 180위는 라이베리아인데, 원래 이 자리에 있던 브룬디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 28위로 지난번 60위에서 크게 올랐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순위로는 2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평가 방법이 달라서 순위도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게 일본은 여전히 넘사다. 일본은 12위로 아시아 태평양에서 가장 높다. 방치된 방사능 폐기물은 평가 항목에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아시아 태평양 3, 4위는 싱가포르와 타이완이 차지하고 있다. 

 

한 가지 확인된 사실은 2020년 EPI 점수와 인구당 GDP 사이에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EPI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경향성에 대해 경제적 번영을 이룬 국가일수록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한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투자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많은 돈이 드는 분야, 즉 깨끗한 식구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 위험 폐기물과 대기 오염 관리, 그리고 공중 보건 이슈에 대한 대처는 인구당 GDP가 높은 국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그래프에 대해 저개발 국가에서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증명됐다고 말할 것 같다. 이에 대해 EPI도 저개발 국가에서는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과 도시의 고도화 때문에 환경오염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비슷한 경제군에서 유독 높은 EPI 점수를 보이는 국가들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거버넌스 향상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경제 발전은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좋은 예로 남반구 주요 국가들이 등장하는데, 인도와 나이지리아 등이다.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전 분야에 걸쳐 개선이 필요하며, 대기 및 수질 수준과 기후 변화 대응에 집중해 줄 것을 요구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환경 문제로 비롯된 국가 간 분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불리는 글로벌 팬더믹에 대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이후 갑작스러운 경제 봉쇄 이후에 대기 오염이 급격히 개선되고 야생동물이 돌아오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EPI 보고서는 이것이 어쩌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엿본 기회였다면서, 비록 공중 보건과 경제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지만 정책입안자들에게는 건강한 경제와 온전한 환경이 공존하는 미래에 대한 영감을 주었길 바라고 있다. 안일한 소리같지만 나도 깊이 공감한다.

 

한편 2020년 평가는 2017-2018년 자료를 주로 참조하였으므로, 2019년에 일어난 아마존과 호주 등의 큰 산불로 빚어진 영향과 코로나-19 이후에 개선된 대기 및 수질 같은 부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한 EPI 평가 결과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은 이번 평가에서 전 세계 28위, 아시아 태평양에서는 일본 다음인 2위를 기록했다. 전세계 순위에서 한국 앞에는 포르투갈, 뒤로는 이스라엘이다. 한국은 보건 평가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생태계 활력 부분에서 그것을 많이 깎아 먹었다.

 

먼저 보건 평가를 보면, 대기질은 전세계 27위를 기록했다. 특히 신경이 쓰이는 PM2.5 항목은 역시나 전세계 45위였다(참고로 동 평가에서 중국은 147위). 서해를 다시 봤다. 102위어치 미세먼지를 해결해주고 있었다니... 의외로 오존 노출도가 91위로 전세계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건 지리적인 원인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덴마크가 87위였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 폐기물 관리는 13위로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 이 항목은 가정과 사업장 폐기물 중 재활용, 퇴비화, 혐기성 소화, 소각 또는 위생이 확보된 매립지에 폐기하는 비율을 계산하여 점수를 산정하는데 영국이나 일본보다 높았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수도권 매립지 이슈 등을 생각하면 비교적 높은 순위와 무관하게 걱정되는 부분이다. 

 

생태계 활력은 개선될 점이 많다. 생태 다양성 평가는 여전히 낮았다. 특히 종별 서식지는 과거 10년간 12.9점이 하락했고, 삼림 면적은 7.6점 떨어진 32.8점으로 81위에 올랐다. 새로운 항목인 초원 손실과 습지 손실은 각각 165위와 115위였다. 어업 분야 평가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수산물을 먹는 나라다웠다. 특히 내륙국가를 제외한 항목인 트롤 어업의 경우 약 80개국 중 70위를 기록했다. 이는 EEZ내에서 이뤄진 트롤 어업만 감안된 항목으로서, 한국 원양어선이 남극 근처의 크릴새우(크릴오일의 원료)를 싹쓸어오는 행위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일본은 고래를 잡고 한국은 고래밥을 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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