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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책이었다. '역사의 색'은 아직 필름이 발명되지 않았던 1850년 사진을 시작으로 1960년까지 렌즈에 찍힌 역사의 장면들을 한 권에 모았다. 1854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사진을 보면 아득히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지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1900년대에 들어서고, 1950년대까지 단숨에 이어진다. 인류의 이야기는 교과서처럼 나눠어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사진의 옆에는 그와 관련된 간략한 배경 정보가 쓰여 있다. 혼자 쓴 거 같은데 꽤 박학한 사람 같다. 한편, 저자로 이름이 올라있는 다른 인물인 마리아 아마랄은 브라질 출신의 역사 사진 채색 전문가라고 한다. 옛날 흑백 사진에 색을 복원하는 채색법을 독학했다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사진도 물론 있다. 명성황후라고 생각되는 인물의 어진 사진도 있고, 한국전쟁 당시 전장의 사진도 실려있다. 잘 정리된 역사의 사진집을 내 책꽂이에 소장하게 되었다. 

 

 

 

 

한편, 번역은 좀 안타까웠다. 여러 사람이 번역 작업을 나눠서 했는지, 한 사람이 졸면서 했는지 모르겠다. 확실한 사실은 도로 위에 생긴 수많은 싱크홀처럼 정신이 덜컹거리는 번역이었다는 점이다. 독자가 사진에 더 집중하게 하려던 출판사의 치밀한 기획인지는 모르겠다 (한 번만 다시 읽었어도 블랙먼데이를 설명하는 글에서 'securities'를 '안전' 대신 '증권'으로 수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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