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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국제경영(IB)이라고 얘기하면 대부분 경영학 혹은 경제학과 동일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이해하는 것 같다. 이에 반해 내가 지난 몇 년간 배워 온 것에 비추어 보면, IB란 놈은 경영학, 경제학, 마케팅, 상법, 지리, 그리고 국제관계학 등 상당히 많은 분야의 지식들이 모여서 생성된 과목이다.

또한 IB는 한 기업이 이윤극대화를 위해 제 3세계 국가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한편, 기업 윤리와 전지구적 빈부격차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하기도 하는 꽤 상반된 면을 갖고 있는 흥미로운 과목이다. 일각에선 '날라리 학문'이라고 하기도 한다고...

IB 전공에 들어가며 처음 수강했던 코스 중 하나는 국제경영환경(International Business Environment; INTBUS 210)이었다. 이 코스는 국제관계학을 주로 다루는데, 이 분야가 IB에서 꽤나 심도있게 다루어지는 것 같다. 다음 해에는 정부와 글로벌 기업(Government and the Global Firms; INTBUS 304)이란 코스로 이어져서 기업과 국가간 힘겨루기에 대해 다루었다.

앞서 얘기한대로 IB에서 상당히 심도있게 다루어졌던 국제관계학이 당시에는 그저 코스의 일부로 보였으나 지금은  흥미로운 주제였고, 요즘 NGO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더욱 이 이론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국제관계학 패러다임에서 내가 머물 곳을 찾아가고 있는 듯 하다. 국제관계학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에 존재하는 세 가지 관점은 현실주의(Realism)다원(多原)주의(Pluralism) 그리고 글로벌리즘(Globalism)이 있다.




먼저, 현실주의에서 국제적 영역(International Realm)은 무질서(anarchic)한 성질을 갖고 있고, 국가(state)라고 하는 독립적 정치 집단이 존재하며, 이들을 이 영역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primary actor)로 인식한다. 또한, 국가는 호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여 서로에게 잠재적인 위험(Potential danger)이 된다고 본다. 국가는 서로 상대방의 의도(intention)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자국의 생존과 주권보호(maintenance of sovereignty)를 위해 합리적(rational)이고 전략적(strategic)으로 행동하는 존재이다.

국제적 영역에는 국제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 IGO), 지역기구, 다국적기업(Transnational Organization), 테러집단, 비정부기관(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등 여러 행위자가 있지만 현실주의는 이들의 영향력을 부정하고 국가만을 행위자로 인정한다. 또한, 한 국가는 엄밀히 말해 내부적으로 분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분열이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주의에서 이러한 분열은 의도적으로 무시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분열이 인정될 경우, 국가가 통일된 주체라는 인식 아래 통일된 목적을 위해 행동한다는 합리성(rationality)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현실주의자들은 국가들이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 다른 국가와 동맹을 형성하고, 이러한 동맹의 형성과 해체를 통해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을 이룸으로써 평화가 유지된다고 본다. 세력균형이란 국가 간 권력(power)이 비슷한 수준으로 분배된 상태이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는 이유도 그들의 열등한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매꾸어 넣으려는 생각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다원주의(Pluralism)는 국제적 영역에서 정치적 활동(politics)의 산물인 정책(policy)이 무수히 많은(myriad) 이권(利權, interest)들이 대립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어느 한 행위자가 독립적인 지위(independent status)를 갖지 못하도록 되어있다고 주장한다. 다원주의는 주로 Locke의 '통치권에 관한 두 번째 논문(Second Treatise of Government)'을 기초로 한 자유주의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다원주의는 국가를 국제적 영역의 중심에 놓는 현실주의에 반하는 반(反)현실주의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다원주의자들은 국제관계학에 대해 크게 네 가지의 가정을 세우고 있다. ♠
첫째,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s)는 국제적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비국가 행위자란 국가 이외에 국제적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구들로 크게 국제기구, 비정부기관, 테러집단, 다국적 기업 등을 들 수있다. ♠둘때, 국가는 통일된 주체가 아니며, 오히려 그 안에 존재하는 여러 행위자와 이해관계자(interest groups)간의 경쟁(competition), 연립 형성(coalition building), 타협(compromise) 등의 과정을 통해 결정된 의사(decision)를 국가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셋째, 국가는 합리적인 행위자가 아닐 수 있다. 두 번째 가정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한 국가의 의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의 의견에 충돌이 생길 수 있고, 이 의견 충돌에서 살아 남은 의견이 비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현실주의에서 주장하는 상위정치(high politics)와 하위정치(low politics) 라는 이분(二分, dichotomy)적 사고에 대한 부정이다. 상위 정치란 군사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점을 의미하며, 영토 확장, 전쟁과 평화 등이 국제정치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하위 정치는 상위 정치의 관심 분야를 넘어서 경제(특히 무역), 사회, 환경 등의 여러 이슈들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리즘은 경제, 특히 자본주의(Capitalism)의 우월성과 착취성이 국제정치에 끼치는 영향에 집중한다. 글로벌리즘 사상은 막르크스주의(Marxist)의 착취관계(exploitative relations)분석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글로벌리즘 주의자들이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할 수는 없다.

글로벌리즘의 큰 주제는 종속이론(從屬理論, dependency theory)이라고 할 수 있다. 종속이론이란, 개발도상국의 후진성이나 그 원인을 설명한 이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아메리카에서 외국기업(foreign firm)의 국유화(nationalization), 수입대체산업(import 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 등을 통해 경제발전을 꽤했지만 저조한 결과를 보이자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되었다. 연구자들은 서유럽의 발전이론이 남아메리카 사회에 적용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남아메리카에 적합한 이론적 특을 구축하려 했다(Encyber 참조).

또한, 글로벌리즘에서 국제관계는 세계자본주의체제(world-capitalist system) 안에서 발생한다는 인식 하에 봤을 때 가장 잘 이해된다고 주장된다.


References
Paul R. Viotti, Mark V. Kauppi. (2007). International relations and world politics : security, economy, identity. Upper Saddle River, New Jersey: Pearson/Prentice Hall
▶Call Number: 327 V79i 2007, General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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